정권 교체를 가져온 일본의 중의원 총선이 화제다. 첫 수평적 정권 교체인 것이다. 1947년 자유당의 요시다 시게루 정권 이래로 치면 62년만이고,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한 자유민주당 하토야마 이치로 정권 이래로 치면 54년만의 정권 교체다.
뒷 얘기가 무성하다. 이번에 무려 308석을 확보한 대승으로 집권이 확정된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할아버지 하토야마 전 총리가 만든 자유민주당을 패퇴시켰는가 하면, 자유민주당의 몰락을 가져온 아소다로 현 총리는 외할아버지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 이래로 유지해온 자유당~자유민주당 집권을 야당에 내준 마지막 총리의 불명예를 안았다. 또 전직 각료가 20대 여성에게 패배하는 등 자유민주당 거물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이젠 한번 바꿔보자’는 국민적 피로감의 반영이다. 부패한 자유민주당, 무능한 정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의 집권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성격이 비슷하다. 오바마가 아메리카 합중국의 국가 개조론을 들고 나왔던 것처럼, 하토야마 역시 일본 개조론을 주창했다. 자유민주당의 장기 집권으로 늙어버린 국가를 젊게 만들자는 국민들 심산이 투표로 나타난 게 이번의 중의원 총선 결과다.
그러나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의 앞길도 순탄치는 않다. 오바마가 예컨대 의료보험 개혁에 진퇴양난의 늪에 빠진 것처럼, 하토야마 정권 역시 국민의 기대에 당장 부응하기엔 산 넘어 산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토야마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않는다지만, 민주당도 자유민주당과 같은 보수정당이다. 대외정책에 다소 간의 변화를 보이고는 있으나, 하토야마 정권 또한 일본 국익 우선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 보아지는 것은 ‘동아시아공동체론’이다. 말하자면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공동통화 등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아시아 중시 노선에 바탕을 둔 것이라지만, 아픈 상처의 기억이 있다. 광복 이전에 일본이 내세운 ‘대동아 공영권’을 생각케 한다. ‘대동아 공영권’은 정치적인 데 비해 ‘동아시아 공동체론’은 경제적인 것으로 다르긴 하나,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의 맹주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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