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배지가 또 논란이다. 무궁화 잎에 ‘나라 국(國)’자를 새긴 둥근 원 안의 ‘혹시 혹(或)’자가 안 좋다는 것이다. ‘或’이 ‘의심할 혹(惑)’자로 보인다는 것은 전에도 나왔던 얘긴데 국회의원들 간에 또 말이 나온 모양이다.
‘或’은 의심할 혹인 ‘惑’자와는 다르다. ‘의혹’이란 말은 ‘疑惑’으로 쓴다. 그렇긴 해도 ‘의혹’을 연상케 하는 ‘혹’(或)자가 싫다는 게 논란이 재기된 요지다.
기막힌 얘긴 한글로 ‘국’자를 쓰면 좋을 법한데 ‘국’자를 거꾸로 보면 ‘논’자가 돼 이도 싫다는 것이다. 마냥 놀고 먹는 것이 국회의원인데도 막상 놀고 먹는단 소릴 듣긴 싫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국회의원 배지는 어떤 계시적 영험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걸핏하면 비리 의혹에 연루돼 감옥에 들어가는 게 국회의원이고, 대한민국에서 놀고 먹어도 돈 타는 ‘무노동 유임금’이 국회의원인 것을 보면, 배지 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회의원 배지는 보통도 아닌 금배지다. 제3대 국회에서 어느 금광업자가 국회의원에 당선 됐었다. 그 금광업자 국회의원이 금으로 배지를 만들어 국회의원 전원에게 선물로 준 것이 정식 배지가 된 금배지의 유래다.
국회가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국회의원입네 하고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 보기에 부끄러워 해야 할 노릇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궤다. 이런데도 “정기국회에 등원하겠다”는 게 뉴스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희한한 국회다.
국회의원이 꼭 금배지를 달아야 맛인가, 정 국회의원 티를 내고 싶으면 금이 아닌 보통 배지로 달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을 아까운 줄 모르고 써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돈이 더 드는 금배지만을 고집한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들이 어떤 모양의 금배지를 좋아하는 가를 알아서 바꾸기 위해 네 가지 도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뭐 그렇게 고민할 것까지 없지않나 싶다. 이 참에 아예 국회의원 배지를 없애면 될 일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배지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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