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남녀의 차이, 탐구해보아요"

tvN 롤러코스터의 인기 코너 '남녀탐구생활'

(서울=연합뉴스) 남자와 여자는 인터넷을 사용할 때 어떤 차이점을 보일까. 이 단순한 질문의 답은 대략 이렇다.

"속옷 차림의 남자는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켠 뒤 부팅이 될 때까지 한 손으로는 코를 파고 다른 손으로는 마우스로 모니터에 점선 네모를 만들어대요. 스팸 메일 속 레이싱걸 화보집을 클릭해 '므흣한'(흐뭇한) 표정으로 몸매를 감상해요. 안 되는 걸 알지만 레이싱걸의 치마 속을 훔쳐보려고 최대한 애써 보아요"

"얼굴에 팩을 붙인 채 스캔들 기사를 읽던 여자는 기사 속 여자 연예인의 가는 팔뚝을 보고는 갑자기 팔을 양 옆으로 벌린 뒤 마구 털어줘요. 미니홈피 방문자수가 16명 밖에 안되자 자존심이 상한 여자는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미니홈피를 스스로 방문해 30으로 방문자수를 올려요. 이제야 마음에 들어요"

이렇듯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남녀의 사소하지만 엄청난 차이점을 집어내 코믹하게 그린 tvN의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매주 토요일 오후 11시)이 케이블로서는 '대박 시청률'인 1.5%(순간 최고시청률 1.8%)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인터넷 사용법을 비롯해 공중 화장실 사용법과 쇼핑하는 법, 가전제품 고장시 대처법에 이어 방귀 트는 법까지 좁혀지지 않는 남녀의 차이점 묘사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tvN 사옥에서 만난 이성수 PD는 생활 밀착형 콩트인 '남녀탐구생활'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작진끼리 그동안 선정적이라는 평을 듣던 tvN의 이미지를 좀더 밝고 가족적인 것으로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한 남자 스태프가 화장실에 갔다오면서 '남자는 화장실 사용 후 대부분 손을 안 씻는다'고 하자 여자 제작진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남녀의 차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더라고요. 거기서 착안했죠"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작가 4명(여자 3명ㆍ남자 1명)과 남자 PD 2명의 제작진은 남녀를 구분해 따로 대본 작업을 한다.

"과장되지 않은 세밀한 묘사가 핵심이에요. 언뜻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순간순간의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해야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여자는 남자와 달리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옷 매무새를 고치는 등 바쁘잖아요. 그런 점을 놓치지 않아야 해요"

평행선을 달리는 남녀의 차이점은 남자 역의 정형돈과 여자 역의 정가은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공중 화장실 사용 편에서 정형돈은 변기 앞에 다리를 30도로 벌리고 서서 볼 일을 본 뒤 분비물이 묻은 손을 옷에 슥삭슥삭 닦는다. 정가은은 공중 변기 위에서 어정쩡하게 기마 자세로 볼 일을 보는 연기를 한다.

"가은 씨에게 고마워요. 여자 연기자로는 힘든 연기인데도 많이 망가져주거든요. 형돈 씨도 매 촬영 때마다 애드립을 준비해오시더라고요. 형돈 씨가 라면 먹는 장면에서 속옷 차림으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건 형돈 씨 아이디어예요"

이 코너의 인기몰이에는 무미건조하다 못해 심드렁한 성우의 내레이션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므흣한' 또는 '초딩 스나이퍼' 등의 신조어, '현대인의 생활의 마침표, 인터넷 세계'식으로 적재적소에 삽입된 문어체적 표현, '이런 젠장!' 등 간간이 터져나오는 욕설까지 기계적으로 국어책을 읽는 내레이션이 콩트에 웃음을 더한다.

"제작진과 함께 남자와 여자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고 중립적인 내레이션이 없을까 찾다가 '동물의 왕국'의 성우가 무표정한 목소리로 '수컷과 암컷이 짝짓기를 시작해요'하는 것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정말 웃기는 상황인데 정작 본인은 재미있는지 모른 채 감정을 다 빼고 정색하며 말하는 상황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미국 드라마 'X파일'의 스컬리 목소리로 알려진 성우 서혜정은 감정을 배제한 이 내레이션을 위해 15분 남짓한 '남녀탐구생활'의 더빙을 위해 꼬박 하루를 사용하고 있으며 덕분에 목이 쉬기도 했다고 한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시청자들이 본인의 사연을 올려놓을 만큼 '남녀탐구생활'의 인기가 높아지다보니 방송 시간도 기존 6분30초에서 15∼18분까지 늘어났다.

분량이 늘어나는 만큼 제작진의 고민도 커질 듯하다.

"내레이션으로 콩트를 이끌어가는 이러한 형식에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어요"

내레이션의 경우 기존에 지문만 읽던 방식에서 '브라보!'처럼 남자 혹은 여자의 심리를 표현하는 대사도 읽는 것으로 바꾸고, 상황도 목욕탕과 화장실처럼 남녀가 구분된 공간에서의 차이점이 아니라 책상 꾸미기처럼 같은 설정 속에서 다른 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 이 PD는 설명했다.

"남녀의 차이점은 무궁무진하고 저희도 현장에서 키득키득거리며 촬영하고 있으니 시청자들도 아직은 질리시지 않았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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