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여자인 줄 알고 한 방에 있던 사람이 양성의 남자일 것 같으면 기절할 노릇이다. 특히 시각이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던 야반 같으면 더 할 것이다. 그러나 사연이 이렇게 되어 밀통을 즐긴 일이 실제로 있었다.
조선조 세조실록에 전해지는 사방지(舍方知)는 사대부 집안의 과부인 이씨의 몸종이었다. 천민이긴 해도 바느질과 수놓은 솜씨가 뛰어나 이씨가 각별히 아꼈다. 그런데 사방지는 양성이었다. 이씨는 처음엔 심히 놀랐으나 과부였던 터라, 사방지를 더욱 가까이 두었다.
그러다가 차츰 소문이 퍼져 조정에까지 말이 들어가 마침내 공론화되기에 이르렀다. 사방지의 주인 이씨의 친정 아버지가 세조의 왕위찬탈에 공을 세워 종2품 벼슬을 지낸 공신집안이었기 때문이다. 또 과부 이씨의 외아들이 장가든 며느리 역시 바로 정일품 벼슬의 공신의 딸이었던 것이다.
“사방지는 일찍이 (이씨와의 관계 전에도) 여자중과 통간하여 여자중이 머리를 길렀으니, 그 정상을 알만합니다”하면서 임금에게 도성밖 추방을 상주한 것은 신숙주였다. 한명회 역시 유배를 주청했다. 세조는 이씨 친정 아버지 등과의 인연으로 난감해 하다가, 이씨 문젠 집안에 맡기고 사방지만을 “이 사람은 인류가 아니다. 외방 고을의 노비로 소속시키는 것이 옳다”하고 변방으로 내쳤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명종 8년에 또 생겼다. ‘길주사람 임성구지(林性仇之)는 양의(兩儀·음양)를 모두 갖춰 시집도 가고 장가도 들고하니 해괴합니다’라는 함경감사의 장계가 조정에 올라온 것이다. 조정은 공론 끝에 사방지의 전례에 따라 외진 곳에 따로 두어 사람들과 함께 섞여살지 못하도록 인적을 금지시켰다.
지난달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헤로인 캐스터 세메냐(18·남아공화국)에 대한 양성설이 제기됐다. 여자 800m 우승자인 세메냐는 너무 잘 달려 ‘과연 여자가 맞느냐?’는 의문이 일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성 감별을 의뢰했는 데 호주의 한 언론이 IAAF 관계자의 말을 인용, 양성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를 했다. 자궁과 난소가 없고 체내 고환을 가졌다는 것이다.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의 여자 800m 은메달리스트(인도)도 염색체가 남성으로 밝혀져 메달을 박탈당했다. IAAF는 세메냐에 대한 최종 판단은 아직 유보중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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