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갑’은 일반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이다. ‘갑’은 평소 종업원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지 말도록 철저하게 교육시켜 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의 종업원인 ‘을’이 식당에 찾아온 18세의 청소년 ‘병’에게 소주를 팔았다.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는 청소년보호법에 의하여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종업원은 청소년보호법 제51조 제8호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사장님 ‘갑’이다. ‘갑’ 역시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처벌되는 것일까.
청소년보호법 제54조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표자·종업원 등이 그 법인이나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이나 개인 역시 벌금형으로 처벌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의 경우 개인(갑)의 종업원(을)이 개인(갑)의 업무(음식의 판매)에 관하여 제51조 제8호의 행위(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갑’은 위 법률 제51조에서 정한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처럼 법률위반행위를 직접 행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 등이 범죄행위를 하였을 때 그 업무 주체를 벌금형으로 함께 처벌하는 형벌규정을 ‘양벌규정’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법률에서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실제로 수사 및 재판 실무에서 양벌규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로 회사(법인)의 직원이 법위반행위를 하여, 법인이 벌금형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문제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벌규정은 정당한 것일까. 그러나 설령 법질서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 발생에 대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 형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이를 ‘책임주의 원칙’이라 부른다). 위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갑’은 평소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지 못하도록 엄중 지도하여 왔는데도, ‘갑’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갑’이 단순히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 청소년에게 소주를 팔았던 것이다. 이처럼 영업주가 종업원의 범죄행위(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행위)를 지시·묵인한 적도 없고 종업원의 행위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노력을 충실히 하였음에도 무조건 영업주를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법조계에서 이 문제는 늘 논란이 되어 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9년 7월30일 위에서 본 청소년보호법을 포함한 6개의 법률(건설산업기본법, 의료법, 사행행위규제법, 도로법,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양벌규정에 대해 헌법상의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모두 위헌결정을 하였다. 물론 현재 헌법재판소는 위 6개의 법률에 대해서만 위헌결정을 한 것이지만, 판시 내용으로 볼 때 향후 다른 법률에 남아 있는 양벌 규정에 대해서도 계속하여 위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의 적용을 받아 처벌받을 위험에 처해 있는 분들은, 그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따라서 적어도 현재와 같은 모습의 양벌규정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위헌법률에 의해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람들의 구제책이 문제된다. 형벌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소급효가 있다. 따라서 위 6개 법률위반으로 유죄판결이 이미 확정되어 벌금을 납부한 사람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를 선고받은 다음, 국가로부터 이미 납부한 벌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현재 재판 진행 중인 경우에는 법원은 무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위 6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모두 공소취소 등의 조치를 통해 사건을 종결하였다고 하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겠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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