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은 경계선의 표시다. 경계선의 개념을 넘어 방범용으로 높이 쌓기도 한다. 성벽처럼 사람의 키보다 높다랗게 쌓고도, 담 위에 전류가 흐르는 전선망을 치는 재벌 집들이 있었다.

그러나 보통집은 사람의 가슴 높이로 담을 쌓는다. 담은 과연 꼭 필요한 것일까? 서구사회나 일본의 주택가는 담장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담이 있어도 경계선을 이룬 정도일 뿐, 아주 낮다.

공공기관의 담은 흉물이다. 이래서 시멘트 벽돌로 안이 보이지 않도록 쌓던 담을 허물고 틈새로 들여다 보이는 철책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도 거부감을 주어 이젠 아예 담을 허무는 데가 적잖다.

예컨데 수원종합운동장은 담이 없다. 수원 북중학교, 수원보훈지청 등 역시 담을 허물었다. 담이 없는 공공기관은 시민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탁 트인 내부를 그대로 보는 행인의 맘이 웬지 포근해진다.

인천에서는 엊그제 인하대학교가 담을 허물었다. 길이가 750m에 이르는 담을 허물어 대학로를 조성했다. 새 명품거리가 된 인하대 대학로에는 나무와 꽃 등을 심어 휴식의 정취를 만끽하도록 했다. 이번에 담을 허문 곳은 정문 구간이다. 조만간 후문 구간도 담을 허물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담은 모두 허무는 게 좋다. 공공기관만이 아니다. 주택가의 개인집 담도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담을 허물면 주차공간이 넓어져 이면도로의 주차난이 다소간은 풀린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담을 허무는 데, 얼마간의 보조금을 주는 자치단체가 있다. 이런데도 정작 담을 허무는 집은 별로 많지 않다. 방범을 위해서겠지만 담이 꼭 방범의 요소인 것은 아니다.

집과 집 사이의 칸을 막은 담보다 마음속 담이 더 장애 요인이다. 마음의 담이 굳게 닫혀있으므로 해서 집 담도 허물기가 싫은 것이다. 현대인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자신의 맘속 담에, 스스로가 갇혀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