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공원 호반 詩와 사진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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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있는 ‘북지(北池)’의 원래 이름은 만석거(萬石渠)다. 일왕저수지 또는 조기정 방죽이라고도 부른다. 북지는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이 수원에 농업기반 시설을 마련하려는 구상에서 만들어졌다. 정조는 만석을 수확하는 농업을 위하여 1795년 광교산에서 정자동으로 흘러 내리는 진목천 물을 막아 둑을 쌓아 둘레 1천22보(步)의 만석거를 만들고 101석(石) 5승락(昇落)의 둔전 대유평을 조성했다. 조성 당시부터 아름다운 풍광이 되도록 했다.

북지 주변에 아름다운 수목을 심었으며, 호수 가운데 작은 섬을 만들어 각종 화목을 조화롭게 가꾸었다. 특히 호수에 연꽃을 많이 심었다.

호수 남쪽 언덕에는 영화정(迎華亭)을, 서쪽 여의교 옆엔 진목정(眞木亭)을 세워 주변 자연경관을 구경토록 하였다. 진목정은 옛날 수원부사가 바뀔 때 거북이처럼 생긴 관인을 교환해 맞춰보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어 일명 교구정(交龜亭)이라고 불렀다. 북지가 일명 조기정이 된 것은 ‘교구정’의 발음상 변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북지는 시인 묵객들의 뱃놀이와 유락의 명승지가 됐고, 영화정은 승경의 정자로 꼽혀 궁중 화원(畵員)들의 그림소재로 출재됐다. 북지는 수원팔경 중 하나인 북지상련(北池賞蓮)의 현장이다. 호수에 가득 덮힌 흰색, 붉은 색의 연꽃을 감상하는 정취는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붕어·잉어·자라·가물치·민물조개 등과 연꽃이 많았는데 도시개발로 한때 사라졌었다.

하지만 수원시의 친환경 정책으로 연꽃이 다시 살아났다. 특히 북지 둘레를 ‘만석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정서와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정조가 백성을 위하여 영농의 꿈을 펼쳤던 북지, 만석공원 호반에서 지금 경기시인협회가 마련한 ‘2009년 가을 詩와 사진전’이 열려 시민들의 발길이 온종일 끊이지 않는다. 아침, 저녁으로, 한낮에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은 물론 어린 학생들도 액자 속에 담긴 시와 사진을 보며 백지에 옮겨 적기도 한다.

지난 19일 개막한 ‘만석공원 호반 詩와 사진전’은 26일까지 계속된다. “호심에 젖은 별빛 / 그리움을 길어 올려 // 북지상련 만석거에 / 피어나는 연꽃들은 // 오늘도 누굴 기다려 / 눈매 저리 붉은가” 임애월 시인의 시 ‘만석공원에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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