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권 유감(有感)

초대권이란 공연이나 전시, 운동경기 등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이다. 초대권과 관련해서 말하라면 그동안 필자가 지난 71년 이후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해 오면서 겪었던 많은 사례만 열거해도 책 한권 분량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중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사례 한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지난 70년대 초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75년부터 79년까지 5년 동안 당시 문화공보부 장관을 지낸 고(故) 김성진씨에 관한 이야기다.

그 당시만 해도 문화공보부 장관에게는 모든 공연의 초대권 일정매수를 제공해야만 했다. 모든 외국 공연물에 대해서는 문화공보부의 공연허가를 받아야만 한국 공연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바쁜 공무 일정에도 공연장을 자주 찾아 공연을 관람했었다. 그러나 본인이 부득불 공연장을 찾지 못할 때는 초대권을 그냥 호주머니속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꼭 반납하곤 했다. 본인이 아닌 가족이 관람할 때에는 로얄석에서 일반석으로 좌석등급을 낮춰 교환해 간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무슨 사정이 있나 생각 했는데 그 이후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됐다.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그분의 지위를 생각할 때 고마운 마음과 존경심이 내심 돋아났다. 아직도 그분을 존경하고 초대권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초대권의 귀중함과 고마움을 아는 그분의 일화를 소개하곤 한다.

초대권은 받아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더러는 초대권을 받는 것이 마치 본인의 신분 과시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이도 있다. 물론 초대권을 받게되면 기분이 좋고, 예정에도 없던 일정을 바꿔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불필요한 초대권을 요구하거나, 받은 초대권을 남에게 주는 경우를 볼때는 공연관계자 입장에선 난감하기 이를 때 없다.

한번 공짜표에 맛들인 사람이면 웬만해선 자기 돈으로 표를 사지 않는다. 그래서 공연장에선 초대권이 당장 객석을 채우는데 도움이 될지언정 장기적으로 건실한 공연장 운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독(毒)’이 된다.

서울의 한 대형공연장에서 근무하는 지인은 인기공연이 무대에 올라갈 쯤이면 여기저기서 ‘공짜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성가신 청탁으로 아예 휴대폰을 꺼놓을 정도라고 한숨짓는다. 지방 공연장에서 근무하는 또다른 지인은 아예 대놓고 공짜티켓을 요구하는 지역유지들의 상습적인 성화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히 필자가 근무하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아예 초대권 제도가 없다.

그래서 초대권 발행 문제로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좋다. 그러나 초대권을 한 장도 발행하지 않는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꼭 초대권을 발행 할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외국이나 타 지역에서 그 공연과 관련된 분이 꼭 그 공연을 볼 필요가 있거나, 기록보전이나 공무로 관람을 할 경우, 공연 특성상 좌석변동이 불가피 할 경우 등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공연장에서는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상용으로 유보해 둔 좌석을 이용하는 유보석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화두는 ‘나눔’이다. 올 추석부터 과감히 초대권을 사양하고, 자신과 주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공연관람권을 선물해보자. 초대권을 받는 초라한(?) 기쁨보다는 소외계층을 초대하는 더 큰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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