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공약

 

‘가장 고약한 풍습은 벼슬하겠다고 선거운동하고 다투는 일이다’(키케로·106~43BC·로마 정치가·철학자), ‘가장 적게 공약하는 자에게 투표하라, 그가 가장 적게 실망시킬 것이다’(바루크·1870~1965·미국 정치가·재정가), ‘정치인들은 강이 없는 데서도 다리를 놓아준다고 말한다’(후루시쵸프·1894~1971·소련 공산당 서기장) 선거를 풍자한 말들이다. 선거의 역기능 등 허점을 들어 비꼰 것이다.

그렇긴 해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수단이고, 선거를 하면 선거공약이 나와야 하는 것은 필요적 과정이다. 매니페스토운동은 공약 중심의 선거운동을 권장하고, 공약을 검증하는 유권자 운동이다. 입후보자가 우선 당선되고 보자거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엉터리 ‘풍선공약’을 내놓는 폐습을 시정키 위한 운동이다.

10·28 국회의원 재선거 수원 장안구 입후보자들의 선거공약이 신문에 발표됐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입후보자들 공약이 한결같이 화려하다. 어떤 것은 영어로 표기돼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없지 않아 이런 표기는 서민층 접근에 거리감을 낳아 문제가 있다할 것이나, 아무튼 모두가 듣기 좋은 내용들이다.

문제는 표심이다. 강이 없는 데서도 다리를 놓아준다는 말이나, 실망시킬 허황된 내용이 아닌지 잘 살필 일이다. 매니페스토운동은 공약의 추진 방법까지 추궁한다. 무슨 돈을 어떻게 조달하여 어떤 방법으로 공약을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다.

위의 입후보자 선거공약 역시 매니페스토운동이 적용되면 대답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무작정 지역주민이 들어 귀에 솔깃한 말만 나열한 걸로 보이는 것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이거나, ‘나중 일은 나중이고 우선은 돼야 한다’는 심산에서 못할 말이 없는 것이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의 습벽이다. 만약에 이번에도 또 그렇다면 키케로 말대로 가장 고약한 것은 벼슬하겠다고 선거운동하고 다투는 일이라 하겠다.

열쇠는 유권자들에게 있다. 바로 찍기 위해서는 바로 보아야 한다. 투표에는 양심의 책임이 따른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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