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불시대의 공연예절

지난 5월 초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관람객 한 분이 3살짜리 어린 딸과 함께 마당극을 관람하기 위해 우리 전당을 찾았다. “공연 특성상 8살 이상만 입장이 가능해 아이는 입장이 안된다”는 안내 도우미의 설명에도 고집스럽게 입장하려던 이 분은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은 “입장이 안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해 달라”며 아주 심하게 항의하다 돌아갔다.

 

얼마전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을 보던 중에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 관람객이 옆좌석에 앉았는데 이분은 공연 중에도 연신 휴대전화를 켜놓은 상태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소곤소곤 목소리를 내며 거리낌 없이 통화까지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어린이를 동반한 관객에게 안내 직원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해주지 못한 측면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쾌적한 관람 분위기를 위해 정해 놓은 관람 연령을 지켜야 하는 것은 공연장 관람 예절의 기본이다. 물론 대부분의 공연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를 위해 별도의 놀이방 시설을 설치해 그곳에서 놀게 하고, 안심하고 부모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자녀가 한두 명밖에 안되니 내 자식에 대해 잘해 주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야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상식에 벗어나면서까지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관객이나 공연장의 입장에서 이런 경우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방안이 있기는 하다. 초기 투자비가 좀 들어가기는 하나, 공연장에 투명유리로 된 관람석을 마련하여 옆 관객에게 피해도 안 주고 어린이나 동반 부모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어린이에게 정서 함양도 되고, 미래 고객 확보도 할 수 있지만, 이는 공연장 측에서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고, 이런 시설이 완비되기까진 서로서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관람예절을 어기는 개인 이기주의는 버려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 사례로 든 공연 중 휴대전화 사용은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려 항변하는 사례보다 더 못하다고 본다. 좋은 옷에 비싼 악세사리를 걸치고 외모로는 귀부인같아 보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성숙되지 않은 미성년자인 것이다.

 

공연장을 운영·관리하다보면 여러 가지 에티켓에 어긋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공연장 내에서 껌을 씹는다든가, 모자를 쓰고 있어 뒷 관객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공연 시작 후 늦게 입장해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을 일어서게 한다든가, 슬리퍼를 신고 온다든가, 지정좌석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좌석에 앉아 버티는 사람, 클래식 음악 공연에서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유형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동안 빠른 경제 발전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코앞에 두고 좋은 집에 고급 승용차를 몰며 자신을 ‘문화인’으로 착각하지 말자. 비싼 최고 등급의 오페라 관람석에서 남이야 어떻든 전화통화를 하고, 차 안에서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며 새치기를 서슴지 않는 등 여전히 ‘문화적 미성년자’들이 너무도 많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선진 20개국 대열에 들어가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그 모임이 개최된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 국민이 되려면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정신문화도 성숙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도 국제사회에서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보다 당당히 컬쳐 애니멀(culture animal)로 인정받고 대접받을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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