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고등식물의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고등식물이란 뿌리·잎·줄기 등 세 부분을 다 갖춘 몸체가 발달된 식물을 일컫는다. 낙엽이 질 무렵이면 잎 속의 영양분이 줄기 등으로 옮겨져 엽록소가 소실된다. 이렇게 되면 이파리가 붙은 부분의 이층이 약해져 떨어지게 된다.
낙엽은 낙엽수에서 많이 생기지만 상록수도 낙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명암의 영향을 받는다. 즉 해가 길면 덜 떨어지고, 해가 짧으면 더 많이 떨어진다 요즘처럼 해가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진 특히 많이 떨어진다. 빛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령, 같은 가로수도 밤에 가로등이 비추는 쪽 잎은 그늘진 쪽 잎보다 더 오래 붙어있는 것이다.
낙엽의 계절이다. 한 해의 역할을 마치고 나무뿌리의 겨울철 이불이 되고, 이듬해 봄엔 거름이 되기 위해 떨어진다. 식물의 영양기관으로 호흡작용이며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것이 나뭇잎의 여름철 소임인 것이다. 보도 위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나무뿌리의 이불이 되지 못하게 만든 인간들의 손길에 미안한 맘이 든다.
하염없이 길바닥에 뒹구는 낙엽이다. 하지만 그 속에 올 한 해의 세월이 담겼다. 낙엽따라 세월도 간다. 쓰레기가 아니다. 자연의 한 부분이다. 어느 고시조에 ‘아이야, 낙화인덜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마찬가지로 ‘낙엽인덜 잎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라고 말할 수 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돌담거리를 걷고 싶다.
‘낙엽’이란 샹송이 있다. 프랑스 영화 ‘밤의 문’에서 배우 이브 몽탕이 불렀다. 1950년대에 세계적으로 풍미했다. 프랑스 시인 자크 프케베르 작사에 헝가리 태생의 피아니스트 조젭 코스마가 작곡했다. ‘낙엽을 긁어모아도 북풍이 싸늘한 망각의 어둠 속으로 몰아가버리네. 추억의 회한도 저 낙엽과 같은 것’은 노랫말의 한 부분이다. 낙엽을 빌어 덧없는 인생과 사랑을 노래했다.
그러나 인생과 사랑이 비록 세월 앞에선 덧없어도, 지나온 의미가 공허한 것은 아니다. 행인의 발길에 차이는 것이 낙엽일지라도, 낙엽마다 지닌 의미는 있다. 내년 초여름이면 잎은 또 핀다. 삶은 저 낙엽과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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