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가정에서 부부의 역할은 뭘까, 흔히 남편은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한다고 여기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사회적 통념은 시대따라 바뀐다. 지금은 아내도 밖에 나가 돈을 벌거나 사회활동을 하는 주부들이 많다.

 

설령, 집에서 살림만 산다고 해도 주부의 역할은 막중하다. 돈 번다고 아내에게 큰소리 치는 남편은 뭘 모르는 구닥다리다. 전업주부도 이렇거니와 겸업주부는 더 말 할 것이 없다.

 

주부의 가사노동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주방노동·청소노동·육아노동·지원노등 등으로 나뉜다. 주방노동은 가족들 먹을거리 준비부터 시작해 식탁을 차리고 설거지 물에 손을 담가야 끝난다. 청소노동은 방·거실·가구 등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화장실 변기 청소까지 포함된다. 육아노동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로 가정해 본다. 지원노동은 가족들 뒷바라지로, 예컨대 옷가지를 세탁하고 입도록 챙겨주는 것을 비롯해 이외에도 많다. 모든 주부들은 이 같은 가사노동을 하루에 몇 시간씩 날마다 되풀이 한다.

 

자신은 텔레비전 보면서 설거지하는 아내더러 마실 물 한 컵 떠오라고 하는 것은 빵점짜리 남편이다. 가사노동이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면 여성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다. 육아를 졸업한 부부일지라도, 아내를 거드는 가사노동 분담은 현대 가정의 필수다. 남편도 집안일을 해봐야 가사노동의 어려움을 안다. “난 집안일 따윈 모른다”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없는 시대다.

 

남편이 아내에게 군림하려드는 가정에는 행복이 있을 수 없다. 요즘 세상에 또 군림만 당할 아내도 있지 않다. 서로가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 ‘남으로 생긴 것이 부부같이 중(重)할런가 / 사람의 백복(百福)이 부부에 갖췄으니 / 이리 중한 사이에 아니 화(和)코 어찌하리’ 박인로(朴仁老·1561~1642)의 고시조다.

 

김장 등 월동채비도 해야하고 주부의 가사노동량이 더 많아지는 겨울철이 다가온다. 겨울살림은 생활비도 더 든다. 아내의 집안일을 돕는 남편은 행복이 더 할 것이다. 영국의 작가, R 버튼(1821~1890)은 ‘훌륭한 남편은 훌륭한 아내를 만든다’고 했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