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마친 지 며칠 됐다. 가위에 짓눌린 듯한 가슴이 풀렸을 것이다. 앞으로 성적 통보가 있고, 또 대학 지원 문제가 있긴 하나 일단은 해방감을 느낄 것이다. 이렇긴 하면서도 시험을 잘 치른 학생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잘 못 치른 학생은 못 치른 데 대한 후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못했어도 자신의 책임이다. 비겁하게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지 말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된 자세다.
수능시험 성적이 좋으면 좋은 새 출발이긴 하다. 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좋은 대학을 가면 물론 좋다. 그러나 좋은 대학이 좋은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이다. 좋은 시험 성적, 좋은 대학이 행복의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다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 대학에 뭣하러 가느냐는 것부터 진지하게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3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다. 수능시험을 마쳤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지금 역시 중요한 시기다. 뭣보다 책을 읽으라, 그동안 시험에 밀려 읽지 못했던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할 시기가 지금이다. 무슨 책이든 상관없다. 동서양의 고전도 좋고 국내 고전도 좋다. 현대인의 유명 저서도 좋다. 한 질로 된 총서나 단행본도 좋고, 문학·철학·과학·역사·시사 분야 등 어느 것도 좋다. 자신이 읽기 쉬운 편한 책이면 뭣이든 상관이 없다.
‘열 권의 책을 두고 어느 것부터 읽을 것인가를 생각할 시간에 열 권의 책을 다 읽는다’는 것은 서구의 속담이다. 요컨대 독서의 시작이 중요하다. 열 권이면 열 권, 삼십 권이면 삼십 권, 아니 오십 권 백 권도 좋다. 일정한 목표를 정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라, 지금이 시기다. 지금 읽는 책의 영양분이 대학 입시의 논술이나 면접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평생 동안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학생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유의 욕구가 물론 꿈틀거릴 것이다. 하지만 고3 예비졸업생 시절은 인생에서 한 번뿐이다. 어른 흉내에 조급할 것 없다. 굳이 흉내를 안 내어도, 어른 노릇을 지겹도록 해야 할 때가 곧 닥친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