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희망 키우는 ‘신명나는 장단’

목영철씨, 구리 장애인복지관서 5년째 풍물지도 “행복한 장애인들 얼굴보면 힘들어도 포기 못해요”

“내가 넉넉하지 못한 것보다 그것 때문에 장애인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게 미안하죠”

구리시 장애인복지관에서 성인지체장애인 풍물놀이반을 지도하고 있는 목영철씨(61).

 

그와 장애인들의 첫 만남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씨는 지난 2005년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던 중 구리시 소식지의 풍물놀이 지도교사 모집 광고를 보고 무작정 장애인복지관을 찾았다.

 

어릴 적 시골에서 배운 풍물놀이를 살려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목씨는 신체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장애인복지관에서 목씨를 기다린 학생들은 모두 지적장애인.

 

목씨는 “신체장애인인줄 알고 자신감 있게 갔는데, 막상 가르칠 학생 모두 지적장애인이어서 당황스러웠다”며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결국 지도교사를 맡았다”고 회상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애인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풍물놀이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장애인들을 보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 의사전달도 수월치 않아 그만둘 생각도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풍물을 즐기는 장애인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을 보며 보람을 찾았고, 이제는 한주라도 연습을 거르면 자신을 기다리는 장애인들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 잠을 설칠 정도가 됐다.

 

사실 목씨의 형편도 남을 도울 만큼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그는 예전에는 알뜰장을 따라다니며 카세트 테이프를 팔아 수입을 얻었지만, 지난해 신장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돼 신장과 방광 일부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은 뒤부터 거동이 불편해 이마저도 그만두었다.

 

이런 상황 속에도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풍물놀이의 즐거움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연습이 있는 날이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애인복지관에 찾아 지적장애인들과 그들만의 장단으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

 

그는 “풍물놀이 연습하자는 전화를 받으면 노점상을 접고 차를 돌렸으니 솔직히 집에서 안 쫓겨난 게 다행이죠”라며 “내 작은 재주로 장애인들이 삶의 활력을 얻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