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여군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스신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전사(女戰士)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종족 ‘아마존’이 그것이다. 그녀들은 1년에 한 번 다른 나라의 남자들과 교합하여 자식을 얻었으나 남자가 태어나면 가차없이 죽였다고 한다. 활과 화살, 방패로 무장하고 말을 타고 전투·약탈·수렵에 종사했다. 오른쪽 유방은 활을 쏘는 데 방해가 돼 잘라냈다고 한다.

 

그리스신화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12과업을 수행하는데 처음의 8가지는 당시 그리스 영토 안에서 수행했다. 아홉 번째부터는 외부세계로 나아가는데 그 첫 번째 과업이 바로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빼앗아오는 일이었다. 아마존의 위력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의미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위해 앞장서 싸웠던 16세 소녀 잔 다르크는 대표적 여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행주대첩에서 긴 치마를 잘라 짧게 만들어 입고 돌을 날라 승리로 이끈 ‘여군’이 있다.

 

여군은 이제 대부분 나라에서 존재한다. 특히 세계 1, 2차대전을 거치면서 보편화했다. 미국에선 1976년 사관학교 입학도 허용됐다. 우리나라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여군의 임무는 의료간호·수송·병참·통신 등 후방 지원업무이며, 전투임무를 맡기고 있는 나라는 벨기에와 네덜란드뿐이다. 여군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유고슬라비아뿐이고 나머지는 지원제다.

 

한국 여군은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말 32명의 여군 장교가 교관 요원으로 선발되면서 시작됐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는 여자의용군 500명이 통역 등 행정분야와 첩보대(HID)에 배속돼 첩보수집, 심리전 등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한국 여군은 1969년 공수요원을 최초로 배출한 이래 헌병대와 의장대가 창설되고, 1993년부터는 사단 신교대 소대장에도 진출했다. 2001년엔 금녀의 구역으로 인식되던 함정에 여군 장교가 파견됐으며, 2003년엔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탄생했다. 전투함에 승선하는 등 여군에 대한 문호가 전방위로 확대됐다. 국방부가 2012년부터 도입을 검토중인 여성사병지원병 제도를 여성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소식이다. 여성시대의 도래가 멀지않은 것 같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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