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 수사가 오랜만에 한걸음 진척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이미 구속된 공경식 골프장 대표와 연관된 모 바이오 벤처기업과 한 골프장 전동카 납품업체를 수색,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이는 K 모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으로 건네진 돈이 공 대표의 돈을 직접 받은 것인지, 아니면 따로 자금을 만들어 건네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 대표와 바이오 벤처기업 대표, 전동카 제조업체 대표 그리고 K의원 등이 평소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돈 거래가 있던 점을 주목한 것이 이번 압수수색의 배경이다.
이는 그동안의 검찰수사가 골프장 인허가 편의 대가로 김모 전 안성시의회 의장을 1억8천만원, 지금은 행자부 국장인 한 모 전 경기도기획관리실장이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하는 등 관계에 쏠렸던 메스를 정치권으로 돌린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물론 관계에 대한 수사의 여진은 아직도 남아 있다. 수 명의 새로운 사법처리 대상의 관료가 또 나올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정치권을 정조준한 검찰은 조만간 압수물을 분석한 뒤 K 의원을 소환하고, 이어 별도로 역시 공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황이 짙어 내사를 해온 H 국회의원 등도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연루의혹은 이외에도 적잖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가 지금은 정기회 회기 중이어서 구속 문젠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로비의혹은 공 대표가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회사돈 84억8천만원을 가로채어 비자금을 만든 것이 발단으로, 이 가운데 33억원을 로비자금으로 뿌렸다고 보는 것이 검찰수사의 요지다. 흥미로운 것은 공 대표의 돈을 받은 것은 정관계 만도 아니란 사실이다. 공 대표의 비자금 조성은 골프장 땅을 사들이면서 시세보다 값을 비싸게 치른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알고 공 대표를 위협, 무려 10억원을 갈취한 공갈범은 30대의 노점상이다. 물론 이도 구속됐다.
문제의 골프장 로비의혹 수사를 주목하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부패 척결의 현안 때문이다. 공직부패는 기둥을 갉아먹어 결국 집을 쓰러뜨리는 쥐떼의 병폐와 비유된다. 한데도, 끊임이 없는 고질적 병리현상으로 토착화된 것이 공직부패의 불행스런 현실이다.
아울러 주목되는 것은 검찰수사의 의지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란 점이다. 사건의 장본인이 되는 공 대표 변론을 맡고 있는 변호사가 다름 아닌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거물이다.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의혹은 당초 대검 중수부에서 내사하다가 서울중앙지검으로 배정된 사건이다. 중수부장 출신의 이모 변호사를 영입한 법무법인 B에서 가진 이 변호사 개업식엔 검찰 요로 간부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검찰 간부가 축하해주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젠 그가 첨예한 검찰수사 사건의 변호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같은 사적(私的) 인연이 공적(公的)업무에 영향을 준다면 이도 전관예우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일 염려가 있을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좋은 내부 전통이 될만한 예가 있다. 현직 검사가 피고인으로 검사의 심문을 받는 법조사상 초유의 재판이 지난 9월3일 서울중앙지법 425호 형사법정에서 있었다. 박연차 게이트의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피고인 검사는 김모 부산고검 검사이고, 기소한 검사는 9년차 차이가 나는 중수부 소속 후배 검사였다. 공소사실을 둔 두 검사의 공방은 뜨거웠다. 보다 못한 재판장이 나서 두 검사에게 질문을 해가며 격해진 분위기를 조정할 정도였다. 이윽고 재판이 끝나고 나서 선배 검사는 “못난 선배 때문에 고생시키고, 법정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며 악수를 건네고 후배 검사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검사의 일은 때론 고뇌의 직무다. 그 같은 고뇌는 검사직이 국민의 검찰로서 갖는 자긍심이기도 하다.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 전모가 규명 될 것으로 기대하고자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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