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유엔기후협약당사국총회가 열린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copenhagen)은 상항(商港)이란 뜻이다. 무역과 조선업이 발달했다.
193개국이 참가해 지구촌의 주시 속에 2주동안 계속된 코펜하겐 회의가 지난 20일 실속없는 말 잔치로 끝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이기심 때문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중 두 나라가 당초 목표한 선진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구속력 있는 협정을 이끌어내는데 소극적으로 일관해 끝내 실패했다. 중국은 선진국이 아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굴뚝공장 집단으로 미국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발표된 코펜하겐 협정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시대에 비해 섭씨 2도 이상 더 올라가지 않게 한다는 등 구속력없는 선언에 그쳤다. 기후 변화로 위기를 겪는 빈곤국 지원을 위해 선진국들이 1천억 달러 기금 마련에 합의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강대국들의 체면치레다.
지구는 온실효과의 이변으로 남·북극 빙벽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갖가지 중증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인류에게 하나뿐인 지구가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책임감 없는 강대국들의 미온적 태도는 오만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생각난다. ‘손톱 끝에 가시 든 줄은 알아도 염통 밑 곪은 줄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번 기후회의가 주목됐던 것은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하고 있는 교토의정서가 오는 2012년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 이전에 온난화를 막는 새로운 국제협약체제의 구체적 감축 방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강대국들의 늑장으로 불발된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이 순간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근래 미국의 동부와 서유럽을 덮친 폭설과 동남아 등지의 홍수 역시 기상 이변의 소치다. 해마다 늘어가는 지구의 사막화도 심각하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오는 금세기 말이면 아열대에 속한다는 한반도 연안의 바닷속에선 벌써 열대성 물고기들이 발견된다. 한반도가 아열대권에 들면 생태계가 파괴되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사람 살기가 어려워진다.
코펜하겐 항구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유명한 인어처녀의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인어는 동화속 바닷물처럼 맑아야 살 수 있다. 지구의 청정화를 기대했던 코펜하겐 회의가 실속없이 끝나 인어처녀의 상징성과 어울리지 않는 게 안타깝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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