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눈치 빠르게 그동안 벌었던 돈으로 부동산이나 사두고 재테크나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미련하게 공장 확장하고 신규설비 투자에 돈을 쏟아 넣다가 원청회사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바람에 기존에 투자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지요”
부천시에서 금형공장을 경영하는 이주흥 사장은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30년 동안을 평생 금형만을 전업으로 삼으며 살아 온 50대 중반 중소기업인이다. 그런 그가 요즘 이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 후회막급하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사장은 10여년 전에 삼성전자가 구미공장에서 핸드폰을 생산하던 당시에 그 회사에 핸드폰 금형을 제작하여 납품했었다. 이 사장의 회사는 삼성전자와의 거래 덕분에 초창기엔 호황이었다.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공장도 확장하고 핸드폰에 필요한 사출기계 설비를 도입하여 공장설비 확장에 나섰다. 자기의 전공분야인 금형기술에 사출시설까지 갖추어 놓았으니 회사가 새롭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자부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런 이 사장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왔다. 원청회사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투자한 돈과 각종 최신 공장설비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 사장은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 사장에게는 원청회사를 따라 해외로 가든지 아니면 사업을 접든지 양자택일의 선택만이 남아있었다. 해외로 따라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그는 그동안 쏟아 부었던 막대한 투자금과 설비를 처분하고 그 사업에서 손을 털고 말았다. 지금 그는 최소한의 인원과 시설을 가지고 금형제작에만 몰두하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경제의 글로벌화는 국가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자본과 인력 그리고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하여 왔다. 자유시장경제에 있어서 이 변혁의 흐름은 기업간의 생존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도록 몰아갔다. 삼성, 현대, LG 등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앞 다투어 해외로의 공장이전이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의 중국법인은 엄청난 숫자의 중국인 노동자를 먹여 살리고 있으며 미국의 엘라바마주에 현지공장을 설립한 현대자동차는 그곳에서는 없어서는 아니 될 핵심 기업이 되어 있다. LG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한 섬유산업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세금도 그 나라에서 물고, 종업원도 그 나라 사람들을 쓰고 제품 생산지도 그 나라의 것이라면 현지 진출한 우리 글로벌 기업들이 과연 우리 기업일까 반문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들 대기업의 대주주들의 일부가 외국계 자본이라면 주식시황판에 아무리 삼성, 현대, LG의 주가가 치솟더라도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지금 수원은 삼성의 백색가전 부문은 R/D센터로 전환되어 박사급 고급전문 인력들로 채워져 있으며 한일합섬 부지는 한일타운이라는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있으며 오산의 충남방적 자리도 조만간에 아파트 단지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는 그동안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이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면서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전략을 바꾸어야 할 때다. 해외로 떠났던 국내 대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외국기업에 주는 특혜보다 더 좋은 것을 제공하며 유인해야 한다. 떠났던 그들이 돌아오면 그만큼 경기도 중소기업에 훈풍이 돌고 활력이 넘치는 경기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천의 이주흥 사장과 같은 중소기업인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다시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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