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망든 늙은이는 산 채로 산중 구덩이에 갖다가 버렸다. 고구려에서 유래됐다 하여 고려장이라고 했다. 노망든 아버지를 고려장하고 돌아가는 데, 데리고 간 아들이 버려둔 지게를 걸머지고 있어 “왜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나중에 나도 아버질 고려장 할 때 쓰려고 가져간다”는 아들의 말에 그만 버렸던 노인을 다시 데려갔다. 이리하여 고려장 풍습이 없어졌다는 고려장 설화다.
현대판 고려장이 있다. 치매 걸린 아버지나 어머니를 바깥구경 시켜준다고 외지로 데려가 번화한 곳에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혼자 길에 세워둔 채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리해서 노인복지시설에 수용된 노인들이 숱하다.
예전엔 노망이라고 불렀던 치매가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진단된 치매 환자가 2002년에 4만7천747명에서 2008년엔 17만5천749명으로 3.7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런 현상은 40대~50대의 치매다. 2008년의 40대~50대 치매 환자가 8천266명으로 전체 환자의 4.7%를 차지했다. 치매는 노인에게만 일어나는 노망으로 알았던 것이 이제는 젊은 노망 환자가 생기는 추세다.
치매는 전두엽의 이상 질환이다. 대뇌의 앞 부분이 전두엽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포유동물의 고등동물일수록 전두엽 또한 발달도가 높다. 이러한 전두엽을 감싸는 백질에 이상이 생겨 분별능력을 상실하는 것이 치매다. 현대의학으로도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다. 정신외과 수술이 불가하여 복용약으로 치매의 진전을 지연시키는 것이 고작이다.
치매 환자 연령이 40대~50대로 낮아지는 원인을 흔히 말하는 중장년층의 스트레스로 건보공단은 꼽고 있다. 중장년기는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지라,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이 많아 이의 합병증으로 젊은 노망환자가 늘어간다는 것이다.
집안에 치매 환자가 생기면 뒷바라지 하느라고 온 집안이 엉망이 된다. 가족간의 불화로 번지기도 한다. 노부모를 둔 사람들은 부모가 치매에 걸리지 않은 것만도 축복받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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