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장을 면담하겠다며, 화성시민 십 수명이 수원시청을 들렀다. 통합시에 찬성하는 이들은 화성시장을 만나려고 했으나, 만나주지 않아 할수 없이 수원시청을 찾았노라고 했다. 화성시장인들 어찌 안 만나주겠나, 아마 무슨 일이 있어 스케줄이 맞지 않았을 것 같다. 난감한 것은 수원시청 시장 비서실이었을 것이다. 한두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중에 화성시쪽 소식 통에 의하면 “그 사람들, 자기네가 사는 아파트값 올리려고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들이다”라며, 좀 깎아내리는 투의 말이 들렸다. 아파트 주민인 것은 맞는듯 하다. 공식 활동에 들어간 화성지역 통합추진위원회가 아파트연합회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한동안 뜸했던 수원·화성·오산시 통합론이 성남·광주·하남시 통합결의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원시의회는 이미 오래 전에 통합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 데 반해 화성시의회와 오산시의회는 반대를 만장일치로 결의 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화성·오산시의회의 통합 반대에도, 찬성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세차다. “반대하는 사람들요? 시단위로 감투쓸 자릴 빼앗길까봐 반대하는 것 아닙니까, 반대 현수막도 죄다 관변에서 붙인겁니다” 통합을 추진하는 시민들 말이다. 물론 관변으로 불리운 화성·오산시쪽에서는 부인했다.
“통합을 해야 지역경제가 3개지역의 상승작용으로 더 발전한다”고 한다. “통합을 하면 지역경제가 상호이질로 저해된다”고도 한다. “통합하면 화성·오산은 수원의 변방이 된다”고 한다. “통합하면 화성·오산의 세가 새수원의 변화를 일으킨다”고도 한다. 찬성하는 의견은 주로 일반 시민층인 데 비해 반대하는 의견은 대부분이 자치단체 주변의 지도층이다. 이 같은 찬반의 엇갈림을 전 시민 의사로 확인하는 방법은 주민투표다. 한데, 행정안전부의 통합시 추진 지침에 주민투표가 빠진 것은 흠결이다.
어떻든 분명한 것은 수원·화성·오산은 원래가 한덩어리라는 사실이다. 매홀(買忽·고구려) 수성(水城·통일신라 경덕왕 16·AD 737) 수주(水州·고려 태조2 AD920) 수원(水原·고려 충선왕2 AD 1310) 등으로 이름은 바뀌었어도 언제나 한 지역이었다. 조선 정조 18년(1794년) 화성 축성과 함께 화성행궁을 지어 신도시로 오늘의 수원 사대문 시가지를 조성하고, 사도세자 능침을 화성으로 옮길 당시에도 수원·화성·오산이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무렵 고을을 다스린 수원 읍치는 지금의 화성 태안이다. 수원군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되면서 수원군의 나머지 읍면이 화성군이 된 게 1949년 8월15일이다. 오산시는 1989년 1월 화성군 오산읍이 시로 승격됐다.(이 무렵 평택군에서 시로 승격된 송탄시는 이미 10여년전 평택시·군 통합시 환원됐다)
이처럼 한 덩어리인 것은 뿌리가 같은 역사적 정서의 동질성을 의미한다. 지금이라고 다를바 없다. 수원·화성·오산시의 구분은 다분히 작위적이다. 내륙과 임해가 앙상블을 이루는 환상적 도시문화가 옛부터 전해진 수원의 정통 명맥이다. 수원·화성·오산 통합시가 되면 전국 최대 지방도시인 인구 175만명이 되기 때문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것은 부수적인 문제다. 합치는 게 순리이기 때문에 합치는 게 원칙이다.
다만 통합시가 되면 거대도시로 경기도와 관계 설정이 모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도는 이 점에서 통합시 추진을 마뜩찮게 보는 시선이지만, 자치단체의 통합 추세는 주민 이익 창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류다. 통합시와 광역단체간의 분명한 관계 설정은 행정안전부가 후속 입법으로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다.
글 머리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 통합을 적극 추진하는 아파트 주민들 입장을 생각해본다. 화성시는 동탄신도시 말고도 아파트단지가 임립해 있다. 반대하는 측이 “아파트값을 올리려고 통합을 찬성한다”는 비아냥 거림은 모순이다. 아파트값이 왜 오르겠는가, 지역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합이 지역발전을 저해한다”고 한 반대 이유는 설득력을 잃는다. 수원·화성·오산은 동일생활권이다. 수원에 살면서 화성에 연고가 있고, 화성에 살면서 수원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벼슬 자리나 감투는 스쳐가고, 지역사회는 영원하다. 지역의 미래를 멀리 보고, 크게 보는 안목을 갖는 게 옳지 않을까 여겨진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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