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대학 마찰 불가피
경기도내 한 대학교에 다니는 A씨(22·여)는 최근 심각하게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
입학 당시 만해도 300만원대였던 등록금이 3년 사이에 500만원 선을 넘나들면서 가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한 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올해는 동생도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내가 휴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3월 개강을 앞두고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부 대학들은 오히려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잇따른 등록금 동결 발표
경기·인천지역에서 가장 먼저 등록금 동결을 발표한 대학은 오산대다.
오산대는 지난달 4일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데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고통분담 차원에서 등록금을 2년 연속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대(안성캠퍼스), 경인여대, 수원대, 인하대, 경기대, 경원대, 강남대, 성균관대(자연과학캠퍼스), 경희대(국제캠퍼스), 단국대, 용인대, 한경대, CHA의과학대학, 대진대 등 인천·경기지역 20여개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2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오산대, 인하대, 수원대, 단국대, 경원대 등 10여개다.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은 경기불황으로 인한 학생·학부모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단국대 관계자는 “경제난과 청년실업 등 사회 전반의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어 동결을 결정했다”며 “등록금을 동결해도 약학대학 유치를 위한 약학관 신축 등 대학발전 투자계획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 속 나홀로 인상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학들은 슬그머니 등록금을 인상해 재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인교대의 경우,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신입생 14%, 재학생 7.5%씩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대학측은 당초 신규 진행 예정 사업자금 등을 이유로 지난 19일 등록금 협의에서 27%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고조되자 인상폭을 10% 안팎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대도 교직원 인건비 보전 등을 이유로 등록금 6% 인상 방침을 내세운 가운데 동결을 요구하는 학생회와 마찰을 빚으면서 5차례에 걸친 등록금협의회를 개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잠정 고지서를 발송했다.
한국외대도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3.19% 올리기로 하면서 인문계의 경우 343만 9천원, 자연계 394만5천원, 공학계 431만 6000원 선이 될 전망이다. 한양대는 올해 등록금을 2.8% 올리기로 하고 지난달 말 온라인으로 신입생에게 등록금 고지서를 발송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앞서 올해 등록금을 작년보다 7.8%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달 14일 등록금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를 철회하고 2.7%만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아주대도 최근 2010학년도 등록금을 전년도보다 2.4% 인상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그동안 아주대는 3.3% 등록금 인상안을, 총학측은 2.4% 이하 인상안을 주장하며 7차례에 걸친 등록금협의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 20일 등록금협의회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대학과 학생의 엇갈린 시각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 이유를 ‘예정된 각종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학교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등으로 규정짓고 있다.
가장 높은 등록금 인상 폭을 보인 경인교대는 “교대의 경우 등록금이 서울대의 47.5%, 연세대·고려대의 34% 수준”이라며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했던 대학들과 달리 교대는 등록금이 현실화되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안하면 사실상 재정 자립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외대도 “서울캠퍼스 지하복합시설, 용인캠퍼스 멀티플렉스 등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시설투자가 지연되면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을 고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상키로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장사를 벌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사립학교는 형편이 어려울수록 재단의 역할이 더 크게 요구되는데 학교가 제시한 올해 예산안에서 재단 전입금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며 “학생 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등록금 고지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아주대 총학생회장도 “2.4% 등록금 인상안에서 협의를 시작해 동결로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학교가 일방적으로 협의회 결렬을 선언하고 인상을 결정했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동결을 위해 계속해서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기자 mora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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