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에 한국사랑 심어요”

무료교육 3년째… 490여명 제자 배출 ‘뿌듯’

시범단 결성 지역행사 누비며 공연 봉사도

“준비! 아얏! 태권!”

 

겨울비가 내린 지난 10일 오후 8시 외국인 근로자들이 밀집한 안산시 원곡본동 안산외국인주민센터 3층 강당.

 

검은피부의 외국인 근로자 40여명이 흰 태권도복에 검정, 빨강, 노랑 등 저마다의 띠를 두룬 채 김교환 사범(52)의 시범동작을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준비운동으로 가볍게 몸을 푼 이들은 본격적으로 김 사범이 “준비! 몸통지르기!”라고 크게 소리치자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불끈 쥔 두 주먹을 자신들의 몸 앞으로 힘차게 내뻗기 시작했다.

 

이어 상대방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 팔로 얼굴을 가리고 멋지게 발차기 동작을 취한 이들은 마치 올림픽에 출전하기라도 한듯 비장한 표정으로 절도있는 동작을 선보였다.

 

채 10여분이 흐르기도 전에 검은피부의 태권도 수련생들은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며 강당안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김 사범이 무료 태권도 교육을 실시한 것은 3년전인 지난 2007년 4월부터.

 

김 사범은 안산지역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크게 늘면서 시의 이미지가 안좋아진다는 여론에 따라 예절교육을 가르치자는 차원에서 태권도 공인 8단인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시의 도움으로 시작된 김 사범의 수업은 지금까지 무려 490여명의 제자를 배출시켰고 48명의 제자들이 허리에 검은띠(공인 1단)를 두르는 성과까지 얻었다.

 

이뿐 아니라 김 사범은 제자들 중 25명의 특출난 사람을 선발, 태권도 시범단을 결성해 시의 주요 행사에서 시범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외국인주민센터에서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벌여 타국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복돋아 주기도 했다.

 

하디씨(41·인도네시아)는 “3년동안 태권도를 배우면서 몸도 건강해지고 무엇보다 일을 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 사범님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 사범은 “자기 자신밖에 모르던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볼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권혁준기자 khj@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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