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술’ 대접을 받는 막걸리의 80% 이상이 수입쌀을 원료로 사용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잘 모른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 병의 성분 표시란엔 ‘원산지 표시’가 돼 있지 않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막걸리 원료에도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막걸리는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 술이다. 그러나 정작 시중에 나와 있는 막걸리의 99% 이상이 정부로부터 ‘전통 술’ 인정을 받지 못했다.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전통 술’을 인정 받으려면 100% 우리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킨 업체가 극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전통술 인정을 받을 경우 현행 주세(5%)의 절반을 감면해준다. 현재 전국에 780여개의 막걸리 제조업체가 있지만 이 중 정부로부터 전통술 인정을 받은 업체는 15개 업체 뿐이다. 전통술로 인정 받은 막걸리가 전체 중 1% 안팎인 셈이다.
막걸리 업체들이 사용하는 수입쌀은 정부가 쌀시장의 전면개방을 유예하기 위해 1995년부터 미국·중국 등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는 의무수입물량(MMA) 쌀이다. 막걸리 업체들이 수입쌀을 직접 수입해온 것은 아니지만 수입쌀 막걸리 시장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외국 쌀농가에 보탬을 주고 있는 셈이다. 막걸리 업체들이 그동안 우리쌀을 외면해 온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다. 수입쌀이 훨씬 싸다. 작년 기준으로 수입쌀과 우리쌀 가격 차이는 약 3배에 달했다. 하지만 막걸리 한 병에 드는 생산원가 중 원재료인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쌀로 대체하더라도 생산원가 상승분은 750㎖ 병당 15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의 원가상승은 현재의 이윤에서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병당 생산원가 150원 정도만 반영할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도 별로 크지 않다. 우리쌀을 사용하면 우리 농가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수입쌀 대신 우리쌀로 막걸리를 만들 경우 병당 200원 정도를 쌀농가에 안겨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마침 우리쌀을 재료로 만든 막걸리를 지원해 ‘쌀 소비 촉진’과 ‘막걸리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매우 적절한 일이다. 술값을 조금 올려서라도 막걸리만큼은 우리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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