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 열기가 점점 뜨거워진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금·은·동메달 획득으로 스케이팅 붐이 조성됐다. 아이스링크 입장객과 스케이팅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장비 매출도 2월 들어 30~40% 증가했다. 피겨스케이트와 함께 스피드스케이트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미래의 김연아’를 꿈꾸는가 하면 ‘이상화 언니’도 우상이 됐다. ‘금벅지’, ‘꿀벅지’로 불리는 스케이팅 선수들의 굵은 허벅지에 자극받아 몸 만들기에 뛰어들고 스포츠센터엔 이상화 선수의 건장한 허벅지가 화제가 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트레이닝 문의가 늘었다.
새벽부터 중계방송을 보는 ‘올림픽 중독 직장인’들도 등장했다. 17시간의 시차로 인해 경기가 새벽부터 오전 시간대에 진행돼 중계방송을 보려는 직장인들의 풍경도 가지각색이다. 오전에 직장에서 인터넷으로 몰래 방송을 보는 사람도 적잖다. 일하는 척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환호를 해 옆 자리의 동료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근무시간에도 중계방송을 보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중계방송을 빠짐 없이 챙겨보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한다. 퇴근 후 각종 모임을 자제하고 일찍 귀가해 초저녁 잠을 잔 뒤 새벽에 일어난다. 주요 경기가 아침 식탁을 차리는 무렵에 열려 주부들의 시선이 자꾸 TV화면으로 간다. 아예 TV 앞에 앉아 시청하다가 찌개가 끓어 넘치는 걸 모르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국민을 즐겁게 하는 밴쿠버의 쾌거에 세계가 놀라고 있지만 이는 기적도 이변도 아니다. 그동안 세계 정상을 거머질 만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만큼의 성과도 거뒀다. 선수들은 하루 6시간씩 훈련에 매달렸다. 총알 같은 속도, 강철 같은 지구력 등은 모두 훈련의 결과다. 그런 패기는 지도자와 선배들의 공이기도 하다. 지도자들은 예전의 강압적인 훈련 대신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맞춰가며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었다.
이규혁·이강석 등 선배들은 여러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후배들의 꿈과 자신감을 북돋웠다. 국민은 선수들을 뜨겁게 격려한다. 어제는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딴 데 이어 ‘피겨퀸’ 김연아 선수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며 중간 선두로 나섰다. 밴쿠버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여 주는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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