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판사는 황윤석(黃允石)판사다. 1952년 제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판사시보를 거쳐 이듬해에 서울지법 판사가 됐다. 이에 앞서 1951년 제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여성으로 이태영(李兌榮)씨가 있다. 그러나 판·검사가 되진 못했다. 남편되는 정일형 박사가 야당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자유당 정권하에서 이태영씨 남편은 구 민주당 중견이었다. 일찍이 이화여자전문대학 가사과를 나온 뒤 자녀까지 둔 주부로 만학의 법률공부를 하여 고시에 합격했다. 9·10·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민주당 정대철 전 의원이 그의 아들로 어머니가 고시 공부를 할 적에 곁에 재워둔 아이였다. 이태영씨는 변호사로서 가정법률상담소장, 세계여류법률가협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재야 활동을 벌였다. 이태영 변호사는 천수를 다 했고, 황윤석 판사는 아깝게 요절했다. 두 분 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지금은 여성 법조인이 보편화 됐다. 여판사·여검사·여변호사들이 많이 배출됐다. 이들 판·검사 앞에 여성이란 말을 붙이기가 새삼스러울 정도다. 지난 22일 대법원에서 올 판사 임관식을 가진 89명 가운데 여성이 무려 63명으로 71%다. 여성판사가 3년 연속 남성판사에 비해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여초’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성판사로 이미 김영란 대법관이 나왔다. 여성지방법원장, 고등법원장이 나올 날도 멀지 않다. 이만이 아니다. 판사라고 하면 으레 남성으로 여기기 쉬운 사회적 인식이 깨질 날 역시 곧 온다. 사법시험만이 아니고 행정고시, 외무고시 합격 비율도 여성이 두드러진다. 이런 가운데 특히 판사직의 여성 약진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독립된 사법부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판사직에 남녀의 구별이 있을 순 물론 없다. 남자든 여자든 판사는 다 같은 판사인 것이다. 이렇긴해도 천부적 기질인 여성의 섬세함이 남성과 또 다른 점이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무엇보다 남성의 일상적 교만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여성판사라 해서 외경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여인천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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