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과 대기업인

세계 무대의 엘리트 스포츠 강화는 꿈나무 인재의 조기 발굴과 꾸준한 지원이 관건이다. 한국 스포츠를 빛낸 몇몇 종목의 이면에는 기업인들의 그 같은 지원이 있었다.

 

이번에 ‘밴쿠버 영광’을 이룬 덴, 스피드 스케이팅·쇼트트랙·피겨 스케이팅 등 빙상 3대 종목을 전략화한 대한빙상연맹의 ‘밴쿠버 프로젝트’가 주효한 사실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이 프로젝트 등을 포함, 지난 13년간 120억원을 지원했다. 김연아는 이의 ‘꿈나무대회’ 출신으로 3연속 우승했다. 이 전 회장은 1982년부터 1996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장으로 있으면서는 한국 아마추어 레슬링을 세계적인 강국으로 육성했다. 한국 탁구가 난공불락이던 만리장성 벽을 허문 것은 그가 1978년 제일모직 탁구단을 창단, 이때 발굴한 꿈나무 양영자가 10년 뒤 88 서울올림픽에서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면서 시작됐다.

 

한국 양궁이 ‘불패의 신화’를 창조한 것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있으면서 심혈을 기울였던 기여가 절대적이다. 선수들에게 레이저 조준기가 달린 연습용 활을 쓰도록해 명중률에 자신감을 높이도록하고, 심리전담 컨설턴트를 두어 선수들 평상심에 안정감을 유지토록 했다. 초·중·고 양궁부 또한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땐 베이징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세트로 만들어 선수들이 현지 실전처럼 연습하게 했다.

 

한국의 핸드볼 강국이 이어지고 있는 덴 최태원 SK 회장의 지원이 크다. 특히 2007년 핸드볼큰잔치와 국가대표의 후원이 끊겨 위기에 처했을 때 후원사로 선뜻 나서 한국 핸드볼을 회생시켰다. 대한핸드볼협회에 300억원을 지원, 핸드볼 활성화를 위한 전용경기장 신축을 오는 5월에 착공해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지원 종목이 축구나 야구에 비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이면서도 국제무대에서 당당하게 두각을 나타내어 국위를 선양한 이면에는, 이를 지원 육성한 대기업인들의 숨은 공로가 고여있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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