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 세계를 보라!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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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보면 화딱지가 난다. 대륙 귀퉁이에 붙은 한반도가 너무 작아보인다. 그나마도 남북으로 두동강 났다. 중국이나 미국처럼 드넓은 국토가 아니다. 하다못해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가운데서도 우리보다 국토가 광활한 데가 쌔고 쌨다. 지구촌엔 160여 국가가 산다. 우리의 국토 면적은 이 중 아마 중하위권에 들 것이다. 한반도 22만여㎢ 중 남한은 약12만㎢다. 중국의 959만6천900여㎢는 우리의 80배다. 미국은 928만7천800여㎢로 77배다. 일본만도 37만7천400여㎢로 3배가 넘는다.

 

그러나 세계지도를 보면서 자부심도 갖는다. 이토록 작은 국토를 가진 우리나라가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우선 세계 교역량이 수출 3천100억달러, 수입 3천억달러 등 6천억달러 규모로 9위다. 선진통상대국 반열에 올랐다.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 9천800억달러로 세계 14위다. 한동안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었다가 밀려 러시아와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채무가 308조원으로 재정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가구당 가계부채가 평균 4천377만원에 이르러 금융불안의 뇌관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장기외채 등 부정적 지표가 없진 않다. 하지만 긍정적·부정적 두 요인은 언제나 순환해가며 병존한다. 긍정적 요인은 키우고, 부정적 요인은 줄이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소임이다.

 

살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사실이다. 생활이 어렵긴 해도 생활 수준은 대체로 전보다 낫다. 발전이 없지 않아 있다. 원인은 결과를 낳고 결과는 또 원인이 된다. 실례를 든다. 국가채무가 급증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 바람 탓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가계 빚이 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길거리 카드 모집까지 해가며 내수 진작을 무작정 부추긴 데서 비롯됐다. 그 이전에는 김영삼 정부의 환란으로 내수가 동결됐었다.

 

그러나 누굴 애써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탓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소중한 경험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집안 싸움이 지나치게 빗나가고 있는 사실이다. 아마 우리만큼 정치를 좋아하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실물정치의 품질은 정작 조악하면서도 매사가 정치적이다. 중앙·지방 정치인들은 말할 것 없고 정치 지망생을 비롯한 그 무리들 또한 정치병 일색의 잘못된 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여야 내분의 갈등이 지방 맹종자들까지 휩싸여 죽은 정치만을 일삼는다. 정치를 위한 정치가 죽은 정치다. 정치인을 위한 논쟁, 정치인을 위한 지방선거는 나라 살림이나 민생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 때문에 투자는 위축되고 투기만 늘어간다. 정치를 너무 좋아하는 ‘정치병 환자’들로 인해 나라가 골병 들 지경이다. 정치는 경쟁이고 경쟁은 싸움이다. 싸움이 불가피하지만 죽은 정치 싸움으로 얻을 수 있는 민심은 없다.

 

세계지도를 펴 본다. 대저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얼마나 더 싸움질로 소중한 시일을 허비해야 하는 것인가, 정치꾼들의 죄악이 너무 크다.

 

국민들은 왜 ‘밴쿠버 영웅’들을 그토록 뜨겁게 환영하고, 김연아 신드롬이 온 나라에 퍼졌을까, 물론 선수들이 잘 한 덕분이지만, 마음 붙일 곳이 없어 목말랐던 국민사회가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대국이다. 이런 러시아가 우리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되는 밴쿠버 성적 부진에 대통령이 노한 끝에 체육회 간부들의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 우린 죽은 정치를 일삼는 정치인들의 일괄 사표를 요구해야 할 판이다.

 

세계지도상의 우리 국토는 손가락 하나로 짚어도 될 정도로 작다. 이런 가운데서 두각을 드러낸 세계 속의 한국은 국민사회의 저력이다. 이 추진 동력을 꺼뜨리지 않고 드높이기 위해서는 세계를 보아야 한다. 나라 밖의 나라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우물 안 개구리 싸움 같은 짓은 후대에 돌이킬 수 없는 죄업이다. 세계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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