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서울 H봉사단체에 배달된 1천억원짜리 자기앞수표 이야기다. 1천억원이면 0이 자그마치 11개나 붙는다. 이런 수표가 4장이 배달됐으니 도합 4천억원이다.
괴물 같은 초대형 수표는 결국 4장 모두 가짜인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내부 확인의 첫 단계에서는 모두 진짜로 확인됐던 것 같다. 이것이 그 중 1장만 가짜로 밝혀졌다가 결국 모두 가짜로 판명됐다는 것이 그간의 경위다.
수표는 2003년 2월24일 농협중앙회 서울 명일동지점 발행으로 돼 있다. 그러나 1천억원 수표는 통상적 거래에서는 통용이 불가능하다. 통용은 고사하고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천문학적 수치의 초고액 수표가 진짜일 것 같으면 봉사단체에 익명으로 배달될 리가 없다고 보는 점에서는 가짜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지난 1월15일 낮에 사무실 문틈으로 들이민 대형봉투 속에서 이 수표를 발견한 봉사단체 관계자들도 처음에는 누군지 모를 장난질로 알았다는 것이다. 대형봉투엔 ‘본 수표를 기증함에 있어 어떠한 조건도 없다’라는 육필 서신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짜로 발표된 경위가 석연찮은 점이 없지 않다. 가짜 수표 확인이 어려운 건 아니다. 조회하면 당장 드러난다. 그런데 시일도 오래 걸렸을 뿐 아니라, 처음엔 모두 진짜로 알려졌다가 1장이 가짜란 데 이어 4장 모두가 가짜라는 것이다.
위조수표 전문조직이 1천억원짜리 수표를 위조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당국의 관측이다. 이 위조단의 하부조직은 검거됐으나 상부조직은 아직 검거치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있다. 수표 위조범이 하필이면 통용이 어려운 1천억원짜리 수표를 왜 위조했겠느냐는 것이다. 이래서 나오는 일부의 추측이 세탁되지 못한 정치자금이 아니냐는 것이다. 위조수표라는 발표도 이의 파장을 고려해서 나온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무튼 1천억원짜리 수표 배달은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행여라도 진짜일 것 같으면 발행 경위가 궁금하고, 알려진 대로 가짜라면 위조 및 유포 경위가 문제다. 이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당국의 책임 있는 공식 발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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