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제도 변해야 한다

축제의 기원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그 궤를 같이한다고 민속학자들은 전한다. 우리 조상들도 태고적부터 고달프거나 기쁠 때면 노래하고 춤추고 기원하며 살아온 나름대로의 축제를 펼쳐왔다. 옛날의 길쌈놀이나 석전놀이, 차전놀이, 불놀이 등을 언급하지 않아도, 추석이나 단오와 같은 명절 때면 시골마을 조그마한 장터에선 농악대, 광대들의 줄타기, 씨름대회, 줄다리기가 열리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들어 장국밥도 사먹고 서로 소통하며 즐기곤 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거리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경제가 나아지고 농촌이 도시화돼 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직접 참여가 소극적으로 되어, 구경꾼 입장으로 전락하고 직업적인 전문 단체가 공연하는 축제의 형태로 바뀌게 됐다. 행안부 통계에 의하면 2009년 말 현재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만 해도 6천여개에 달한다. 꽃, 고추, 참외, 복숭아, 도자기, 나비 등 축제명칭도 다양하다. 하지만 일부 축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천편일률적이고 대동소이하다.

 

사실 야외축제는 규격화된 공간에서 공연자가 관람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공연자와 구경하는 자가 열린 공간에서 함께 출연하기도 하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것으로,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거리극이다.

 

지난달에 필자는 호주예술위원회의 초청으로 호주 애들레이드를 다녀왔다. 아트마켓행사인 APAM(Australian Performing Arts Market)참관이 주목적이었는데 같은 기간에 거리극과 무대극의 신작발표가 페스티벌 형식으로 개최됐다. 행사기간 동안 이 도시는 온통 축제분위기로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로 인해 호텔과 항공편 예약이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인기 있는 축제다.

 

이 축제에 대해 좀더 소상하게 살펴보면 흥미로운 요소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소요 비용은 10억원이 조금 넘었다. 예산조달은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로부터 68%를 지원받고 나머지는 자체수입과 협찬으로 충당한다. 1주일 동안 총 관람객은 2008년의 경우 180만명이었으며, 자원봉사자만도 매일 2백여명이 페스티벌을 위해 봉사한다. 정말 부러운 것은 연방정부에서 재정적 지원은 물론 외국 공관을 통해 홍보와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랍고 부러웠던 것은 거리극이 열리고 있는 공원에는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몰려 입구에서 정리요원이 입장객을 카운트하면서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오는 관객수만큼만 입장시키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의 공연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각 지역별로 특화된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선결돼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운영주체가 관이나 공기업이다. 이는 예산도 중요하지만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축제 관련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대회운영을 함으로써 공연단체나 인맥관리 및 네트워크 구축, 예산절감, 축제의 특성 유지 등 축제내용도 알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관이나 공기업에 담당자나 실무책임자 업무를 맡기게 될 경우 1~2년마다 바뀌게 되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효율이 떨어지게 되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축제의 성격이 매번 달라지게 될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축제 참여하는 공연자의 경우 반드시 프로만으로 제한하지 말고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게 되면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개개인이 무질서하게 참여하는 것이 아닌 조직적이고 집단화하여 사전에 충분한 훈련과 교육을 통해서 참여하게 된다면 축제는 소통, 참여, 화합의 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제 우리나라 축제도 달라질 때가 됐다.  /한진석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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