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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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선 겨울철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봄나물에 묵은 것을 떨치고 솟아나는 ‘발진(發陳)’의 기운이 충만해 사람의 체내 기운을 증진시키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고 본다. 봄나물은 칼로리가 낮고 섬유질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 봄나물은 ‘여섯번째 영양소’라 불리는 섬유질 함량이 높다. 섬유질은 변비를 예방하며 콜레스톨의 체내 흡수를 막아 성인병을 예방한다. 포만감을 쉽게 느끼도록 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쑥은 100g당 섬유질 4.7g을 함유해 딸기 같은 과일보다 섬유질 함유량이 2~3배 많다. 쑥 나물 1접시(50g)에는 성인 1일 권장 섭취량보다 2배쯤 많은 비타민 A가 들어 있다. 냉이와 미나리 1접시에도 1일 권장 섭취량 절반 수준의 비타민 A가 들어 있다. 냉이, 부추, 쑥, 미나리, 곰취 등에는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도와 신체 활력을 증진시키는 비타민 B1이 많다. 체내 독소를 제거하고 지방이나 당분을 연소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 B2는 두릅, 고비, 도라지, 부추 등에 많다.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C는 달래, 냉이에 풍부하다. 봄나물엔 우유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칼슘도 들어 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속담처럼 상당수의 봄나물이 쌉쌀한 맛을 낸다. 사포닌 성분 때문이다. 사포닌이 많이 든 인삼 맛이 쓴 것과 마찬가지다. 사포닌은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해 혈액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쓴맛을 한의학에선 고미(苦味)라고 부른다. 쓴맛은 식욕을 불러일으키고 신장 등 몸의 장기를 건강하게 하며 기운을 맑게 하는 작용을 한다. 또 늘어져있는 위장 기운에 활력을 주고, 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가라앉혀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

 

봄나물을 웰빙식품으로 꼽는 다른 이유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 꼽히는 비타민 A·C·E를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산화 물질은 우리 몸의 세포를 늙게 만들어 암이나 각종 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인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한다. 한의학, 식품영양학 등이 증명하는 봄나물의 특장은 상당히 많다. 요즘 들녘에서 봄나물을 캐는 여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봄나물로 가족의 식탁을 차리는 손맛이 향기롭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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