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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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best seller)’의 원래 뜻은 ‘가장 잘 파는 사람’이었는데 ‘잘 팔리는 책’으로 진화된 미국 영어다. 1897년 미국의 월간 문예지 ‘북맨(bookman)’이 전국적으로 잘 팔리는 서적을 조사·발표했다. 당시엔 ‘베스트 셀링 북스(best seling books)’라고 했던 것이 ‘베스트 셀러’로 불리고 점차적으로 전세계에 보급돼 1920년대에는 국제어로 정착되었다. 처음엔 서적에 국한된 말이었으나 다른 상품에까지 사용하게 됐는데, 우리나라는 8·15 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사이래의 베스트셀러는 ‘성서(聖書)’라고 하지만 통계는 없고, 미국에선 ‘스포크 박사의 육아기’가 1946년 1천900만 부가 팔렸다. 종래엔 독자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베스트셀러를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근래에는 독자의 경향과 시장조사, 대규모적인 광고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

 

예전엔 교사나 부모의 추천·권유로 책을 구해서 읽었다. 지금은 대개 서점이나 언론에서 제공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책을 선택한다. 그런데 최근 베스트셀러가 사재기로 조작된 정황이 드러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인터넷 시대답게 온라인 판매망을 이용했다. 같은 주소지에서 다른 주문자가 동시에 주문을 하거나 동일 구매자가 꾸준히 반복적 구매를 하는 방법이다. 사재기를 통해 판매부수가 올라가면 대형서점에 의해 베스트셀러로 지정된다. 베스트셀러에 한번 오르면 대체로 잘 내려가지 않고 판매량이 꾸준히 지속된다. 독자들이 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작가나 책에 쏟아진 저명인사들의 평가 등 여러가지다. 광고도 큰몫을 한다. 그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베스트셀러 목록이다. 사재기 효과를 보려면 1만권 이상을 해야 되는데 지출은 크지만 일단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수입면에서 재미를 본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선정 무렵이면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문인들의 작품집이 노르웨이, 스웨덴 서점에서 다량으로 팔린다. 혹 사재기가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사재기 의혹을 받는 출판사가 부인하며 법정대응에 나서겠다니 진상이 궁금해진다. 그 베스트셀러들을 읽은 독자들의 평가가 필요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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