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석씨

이미자·패티김·하춘화·나훈아·남진 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많아도, 이들 대중가수의 이름은 다 아는 것이 사회정서다. 국회의원 뿐인가, 현직 장관 이름도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다.

 

‘섬마을 선생님’ ‘비내리는 호남선’ ‘초우’ ‘물레방아 도는데’ ‘하동포구 아가씨’ ‘기러기 아빠’ ‘흑산도 아가씨’ 등 가요를 모르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가사를 외진 못해도 누가 노랠 부르면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가수를 스타덤에 올리고 많은 가요를 국민사회에 파급시킨 작곡가 박춘석씨가 80세를 일기로 지난 14일 타계한 것은 이미 다 아는 비보다. 안타까운 것은 마지막 가는 길이 생전의 노고에 상응하지 못한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빈소에는 가요계 사람들만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을 뿐이다.

 

이도 대중문화 홀대인가 싶어 씁쓰레 하다. 대중예술이 없으면 순수예술도 있을 수 없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차이는 크게 보아 장르의 구분이지, 우열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KBS ‘열린음악회’에서 어느 성악가가 가수와 함께 출연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지극히 용렬한 생각이다.

 

고인은 무려 2천700여곡을 작곡, 서민의 애환을 달랬다. 가히 20세기 후반기의 한국 대중가요를 주도했고 그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하다. 그 어느 순수예술인도 따를 수 없는 한국사회의 대중적 정서를 남겼다. 그는 갔어도 그의 노래는 앞으로도 몇십년간 불리울 것이다. 작곡가 박춘석씨는 불세출의 한국 가요계 거인이다. 이만한 작곡가가 또 언제 나올 것인지 알 수 없다.

 

다 같은 대중예술인데도 미국의 마이클 잭슨이라면 사족을 못쓰면서 국내 대중예술인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이도 사대주의다. 우리에게 고인은 마이클 잭슨보다 더 소중하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박춘석 추모특집’을 내보낼만 하다. 아니, 내보내야 한다.

 

18일 오전 8시 한국가요작가협회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함께 주관하는 영결식에 이어 성남 모란공원 묘원에 안장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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