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공천제 배제 돼야...선거정국도 너무 길다
지방선거는 지역잔치다. 이런데도 현실은 아니다. 오는 6·2 지방동시선거는 정치권, 곧 각 정당 축제다. 주객이 뒤바꼈다. 현재 1천33명의 각급 예비후보자들이 뛰고 있다. 도지사 2명·교육감 2명·도의원 252명·교육위원 6명·시장군수 148명·시군의원 623명 등이다.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은 정당과 무관하다. 나머지는 각기 소속 정당의 공천에 목을 메고 있다. 공천은 도지사는 각 중앙당, 시장군수는 각당 도지부, 시군 도의원은 선거구 국회의원이 아니면 선거구 위원장의 영향력에 의해 행사된다.
여권은 공천 전쟁 잡음으로 영일이 없고 야권은 선거연대 균열의 소음으로 꽤나 시끄럽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즐긴다. 한나라당은 공천에 본인만이 아니고 배우자의 도덕성까지 검증한다고 큰 소리 친다. 그러나 속으로는 친이나 친박 계보에 그치지 않는 자기사람 챙기기 청탁 등이 충돌하는 등 내부사정이 복잡하다. 나중에 금품수수설이 불거질 공산 또한 없지 않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야권은 선거연대로 MB 정권을 심판한다면서도 지분권 안배에 이해관계가 엇갈려 와해될 조짐이다. 진보신당은 이미 협의체 탈퇴를 선언했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다당제보단 보수대 진보, 진보대 보수의 양대 체제가 바람직하다. 이 점에서 야권의 선거연대는 긍정적이나, 되어가는 모양새는 부정적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다. 지방자치에 정당이 개입할 입지는 없다. 만약 개입이 허용된다면 지방자치가 아니다. 도지사나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의 소속 정당은 간판에 불과하다. 특정 지역의 단체장에 특정 정당이 됐다고 해서 그 정당이 자치사무에 관여하는 게 아니고, 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에 정당들이 극성인 것은 공천에 간판 팔아먹는 재미 때문이다. 심지어는 교육감 선거까지 그 알량한 정치의 마수를 뻗치고 있다.
이번 제5기 지방동시선거를 앞두고 논의됐던 것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배제다.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도 그렇지만, 특히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은 기실 지방자치 실익과 무관하여 정당 공천제 배제가 사회적 합의 수준으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일축했다. 어느 정당이라고 말 할 것 없이 다 똑같다. 기득권인 공천제를 지켜 지방선거의 정치 흥행화로 정치권을 위한 지방선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작금의 여야 공천은 잇속 싸움이고, 여야의 흥행은 재밋살 없는 코미디 판이다.
만약 기초선거만이라도 정당 공천을 없앴다면 6·2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의 양상이 다를 것이다. 정치권, 즉 정당의 축제가 아닌 명실공히 지역의 축제가 되는 지방선거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는 정당 본위가 아닌 인물위주여야 하는 것이 지방자치 취의에 합치된다. 정당 간판 때문에 아까운 인물이 떨어지는가 하면, 정당 간판 덕으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병폐가 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제다.
선거 기간이 너무 긴 것도 문제다. 광역단체장은 선거를 120일 전인 2월2일부터, 나머지는 60일에서 90일 전부터 예비후보 등록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것은 조기과열의 원인이다. 정식 입후보 등록이 접수되는 것이 5월12일이다. 이에 앞서 수개월 전부터 재미도 없는 정치권의 지방선거 쇼 관람을 강요하는 것은 피로감을 갖게 한다. 정치권은 선거철이 되어 물만난 물고기 떼처럼 신바람이 날지 몰라도, 지역주민들은 구태의 재연에 식상한다.
이토록 선거정국을 길게 잡은 것 역시 정치권이 자기네들을 위해서다. 말은 신인들에게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아니다. 국회에서 정치권 입맛대로 지방선거의 공천제를 유지하면서, 지방선거의 장기화로 선거정국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여야는 매사에 원수진 것 거럼 다투다가도 정치권 편의를 위한 일엔 죽이 맞아 소리 소문없이 뚝딱 해치우는 데가 국회다.
달라져야 한다. 지방자치에 정당 개입이 불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선거의 정당 개입 또한 불가하다. 다음 지방선거부턴 정당 공천제가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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