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의 7위에서 2위에 오른 것은 대추격이다. 지난 27일 이탈리아 토리노서 열린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프리에서 김연아 선수(20·고려대)는 1위로 130.49점을 얻었다. 그러나 전날 쇼트에서 60.30점으로 7위에 그쳐 이를 만회하기에는 총점 190.79로 197.58점을 얻은 라이벌 아사다 마오 선수(일본)에게 6.79점 차이로 뒤져 우승을 내주었다.
밴쿠버 올림픽 정상의 영광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노렸던 것이 준우승에 그쳐 아깝게 무산됐다. 김연아 선수의 말이 진솔하다. “올림픽대회 이후 제대로 훈련한 것은 일주일밖에 안 된다”고 했다. 본인의 심리적 영향도 있고, 외부 행사의 원인도 없지않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일지라도, 할 때마다 이기는 경기는 있을 수 없다. 프로복싱의 전설적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는 유명한 떠벌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은 당연히 내가 이길 것으로 점치지만 나는 경기 때마다 불안했다. 불안한 심리를 그렇게(떠벌이로) 해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번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도 국내 언론은 김연아 선수가 ‘자신감에 차있다’느니, ‘컨디션이 좋다’느니 하면서 우승을 점쳤다. 물론 이 같은 보도는 기대감이다. 한편으로는 신문제작의 흥행성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김연아 선수를 짖누른 올림픽 후유증의 부담감을 간과한 점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같으면 최고의 챔피언이다. 올림픽 다음의 권위를 갖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작년에 이미 제패한 바가 있다. 그런데 올해 또 2연패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그러나 도전은 선수의 권리다. 김연아 선수의 그러한 권리 또한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록 2연패는 이루지 못했어도 역시 위대하다. 메달권에서 먼 7위에서 바짝 추격, 은메달을 쟁취한 기량과 투지력은 놀랍다. 이제 아마추어선수 생활은 사실상 끝난 셈이다. 우리 국민은 그가 있어 행복했다. 오는 31일 귀국한다. 우선 급한 것은 그간 심신의 피로를 풀도록 편한 휴식을 갖게하는 일이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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