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여! 아내에 대한 서비스로 봄맞이 집안 대청소를 해보는 게 어떨지, 되도록이면 부인은 쇼핑 같은 외출을 시키고 혼자 깜짝쇼로 하는 것이 좋을 성싶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개나리가 꽃망울을 틔우는 봄인데, 날씬 쌀쌀하다. 천안함 사태로 시국은 하수상하다. 어떻든 시절은 불사춘이어도, 봄은 봄이다.
새봄맞이 가사노동은 겨우내 묵은 집안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털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집안일을 너무 안 한다. 돈 버는 게 위세일 수 없다. 가장의 당연한 책임이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가 태반이다. 돈은 같이 버는데도 대부분의 남편들은 가사노동엔 태무심이다. 그렇다고 맞벌이가 아닌 전업주부라고 하여 편히 지내는 것도 아니다. 전업주부 남편들 역시 아내의 가사노동에 대한 태무심죄가 크다.
남성들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가 1일 2시간38분인 데 비해 남편은 고작 24분이다. 비맞벌이 부부는 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이 4시간11분인 데 비해 남편은 기껏 19분이다. 내가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나라의 통계청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2009년 국민생활시간조사’다. 2만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이렇다. 조사는 물론 다른 분야도 했다.
가사노동은 음식 준비, 청소, 집 관리 등 일상적 가정생활이다. 현대 생활구조는 가사노동에 남녀의 구별이 없게 돼 있다. 전기밥솥이 있고 청소기가 있고 세탁기 등이 있다. 쌀을 일어 전기밥솥에 넣고 스위치만 꽂으면 그만이다. 청소기나 세탁기를 남자가 튼다고 안 돌아가진 않는다. 가전제품의 자동화, 가스를 이용한 입식주방의 변화는 예전과 달라서 가사노동의 성차별을 추방했다.
반찬은 밑반찬이 쌔고 쌨다. 또 웬만한 요리는 남성들도 할 줄 알아야 할 만큼 상식화가 됐다. 텔레비전이나 누워 보면서 아내더러 물 달라거나 커피 끓여 오라는 남편은 세상물정 모른 덜떨어진 남자다. 가사노동은 부부 간의 형편에 맞춰 서로 편리할 대로 분담하는 공동 작업이다.
부인을 사별한 어느 누가 이런 말을 했다. “냉장고를 봄 가을로 청소해야 깨끗한 줄을 전엔 미처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냉장고 청소가 반나절이나 걸려 예삿일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화장실 청소도 사흘 걸러 해야 하고, 변기는 일주일이면 해야 깨끗한 것을 아내를 잃고 나서 비로소 알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부인 생전에 가사노동을 거들지 않은 걸 크게 후회하였다.
가사노동의 주요 부분이 또 육아다. 아일 키우는 것이 낳은 엄마만의 일은 아니다. 육아를 전적으로 아내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남편은 아이 아버지의 자격이 있다 할 수 없다. 열 달 동안 몸속에 품어 낳은 수고로움만도 얼만데, 키우는 수고로움조차 나눌 줄 모르는 남편이나 아빠는 남자인 것을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대체로 보아 공처가인 집안은 잘 돼도, 반대로 공부가인 집안은 잘 된 예가 별로 없다. 공처가 남편의 아내 무서움증은 사랑인 데 비해 아내의 남편 무서움증은 남편의 애정 결핍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못난 남자가 집에 들어가서 아내에게 큰소리치는 남편족이다. 이런 남자일수록 밖에서는 비굴하게 지내어, 그 보상심리를 아내에게 받으려고 괜히 거들먹거린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행실이 치사한 맘이 들면 더 지랄한다. 때로는 치사한 맘을 잊을 요량으로 폭음도 한다.
행복이란 말을 많이 쓴다. 행복이란 과연 뭣일까,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해로하는 것 이상의 행복은 이 세상에 없다. 돈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다. 부부 사랑에 나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부부가 다 마찬가지다.
봄 날씨 같지 않아 쌀쌀해도 개나리꽃은 어김없이 핀다. 앞으로 봄볕이 화사하게 무르익으면, 봄맞이 나들이를 떠나는 부부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부부를 보면, 그들이 누구든 아름답게 보인다. 그 같은 부부의 남편은 또한 집안일을 아내에게만 떠맡기지 않고 나눠 가질 것이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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