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심리분석팀이 살펴본 김길태는 '지능범'

"의도적인 진술회피…치밀하고 전략적인 사고"

부산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강간살인 등)로 7일 구속기소된 김길태(33)는 앞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상당한 '지능범'일 수 있다는 대검찰청의 분석이 나왔다.

 

당초 김은 지능지수(IQ)가 86으로 높지 않고 사회 적응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동적이고 무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추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런 점에서 머리 좋은 사이코패스로 치밀하게 범행한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대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보인 김의 태도나 반응은 정반대였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전언이다.

 

진술거부 등 법제도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뚜렷한 물증 앞에서도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기억상실이나 정신분열증을 가장하는 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지능범의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의 심리분석을 담당한 대검찰청 심리분석팀은 김이 사체유기 부분은 시인하면서도 그 외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 '내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등의 말을 한 것을 범행을 숨기기 위한 의도적인 진술회피로 판단했다. 또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범행 당시 정신병적인 상태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이 경찰 조사 때와는 달리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 등을 거부하는 바람에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대검 관계자는 "진술회피는 지능이 낮은 범죄자들이 많이 쓰는 수법이긴 하지만, 김의 경우 법제도의 허점을 유리하게 이용한 점 등으로 볼 때 상당히 치밀하고 전략적인 사고와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성폭행과 살인 혐의에 대해 '과음을 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 재판에서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받으려고 의도한 것이란 의심을 사기도 했다.

 

그는 경찰서 유치장에 함께 수감된 동료에게는 교통사고 관련 조언까지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비록 주요 혐의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진 못했지만 확보한 증거만으로 유죄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