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김효범, "이번이 내겐 첫 우승"

"챔프전 우승은 처음이에요" 11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모비스 김효범(27)의 '주장'이었다. 말이 안됐다. 김효범이 모비스에 입단한 것은 2005년. 따라서 모비스가 2006-2007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할 당시 분명 모비스의 멤버였다.

   

 

그가 첫 우승이라고 우기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통합우승을 일군 2006-2007시즌 당시 4강 플레이오프는 물론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한경기도 못뛰었기 때문이다. 당시 동료들과 함께 축포를 터뜨렸지만 '남의 일인 것만 같았다'는 것이 김효범의 고백이었다. "이제야 말로 정말 우승했다는 실감이 나네요"라는 김효범이다.

 

프로 6년차로 타구단에서 탐내는 포워드로 성장한 김효범이지만, 사실 김효범이 모비스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두 시즌 밖에 되지 않는다.

 

캐나다 교포 출신으로 미국 뱅가드대 졸업 직후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 전체 2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한 김효범은 프로 초기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다 유재학 감독에게 찍히자 숙소 탈출을 감행하는 등 한마디로 모비스의 '문제아'였다.

 

"개인기는 좀 되는데 팀플레이는 꽝"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다. 수비 조직력을 가장 중시하는 유 감독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화려한 플레이만을 선호하다가 벤치 신세로 전락하는 등 모비스 입단 세 시즌은 자충우돌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바뀐 것은 지난 시즌부터였다. 유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소화하기 시작하면서 경기도 잘 풀리고 기량도 늘고, 나아가 2008-2009시즌 정규리그 우승까지 들어올렸다. 김효범은 "예전에는 몰랐어요. 감독님이 하라는 데로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왜 그렇게 말을 안듣고 지는 게임을 했는지…"라고 후회하는 김효범이다.

 

이후 김효범에게 유 감독의 말은 절대적이다. 경기 중 실수로 인해 벤치로 '호출'당하면 서운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김효범은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이이라고. "감독님이 잘하신 거죠. 그럴 때는 코트에서 나가야 되요. 그래야 정신 차리거든요"라고 말할 정도다.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전폭적이다. 김효범은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벤치를 지켜도 서운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프로선수로 뛰는 것을 '개인사업'으로 빗대어 말하는 김효범이지만, 동료들 만큼은 가족으로 부르는 그다.

 

김효범은 올 시즌이 끝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됐다. 모비스 잔류와 이적을 놓고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김효범은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유재학 감독님과 가족같은 형, 동생들 때문에 많이 힘들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따라서 일단 고민은 미뤄놓고 '첫' 우승의 기쁨을 실컷 만끽하겠다는 김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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