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해 지인들에게 보내는 카드나 휴대폰 문자에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뭘까? 바로 ‘행복’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행복의 조건으로 건강이나 돈, 명예, 학벌, 사랑 등을 꼽는다.
그러나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살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련의 불행한 비보들을 접하면서 부나 지위가 행복을 보장해주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행복한 삶에도 공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하버드 대학교 학생 중 1930년대 말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동안 추적했다. 그 결과 행복의 조건이란 ‘인생에 있어 고통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인생의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라는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며 죽을 때까지 배우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또 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정 수준의 경제수준이 넘으면 돈은 더이상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밝혀냈다.
최근 우리 사회 엘리트층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그 원인에 대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엘리트층들이 더 행복할 거라는 기대가 있지만, 실제 스트레스는 2~3배 또는 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지아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이디쓰 와이스코프 조웰슨은 “우리 사회가 행복관에 대해서 왜곡되고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며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또 그는 “오늘날 정신건강 철학은 반드시 행복해야 하며, 불행은 부적응의 징후라는 생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치체계가 불행하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더 불행해지면서 피할 수 없는 불행의 짐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을 만들어온 것이다”며 더 나아가 “불행할 뿐 아니라 이렇게 불행하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는 행복의 열쇠를 ‘몰입’에서 찾았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 시간이 멈추는 느낌, 모든 것이 편안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질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순간은 사소한 일상 속에 있고, 사람들이 쉬거나 놀 때보다 공부나 일을 할 때 더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다른 연구결과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일정한 행복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행복한 기분은 얼마가지 못하고 원래 자신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과정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자신의 삶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다.
발레리나 강수진씨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내 생활은 지루한 반복과 같다”며 그러나 “아무리 아파도 발레를 하는 것이 즐겁다. 나한테 중요한 건 오늘이다”라고 했다. 무대 위에서의 화려함은 잠시, 매일 매일 고된 연습으로 점철된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낼 줄 아는 능력이 있었기에 수십년간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사례와 연구를 통해 행복해지기 위한 법칙을 만들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행복은 개별적이며 독자적이고 각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행복해지고 싶은가? /이국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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