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과 재래시장, 비싼 식탁물가…소비자들 실망
"원래는 이맘 때 오이 소박이를 해먹었는데 오이며 부추 값이 너무 올라서 엄두도 못 내겠어요"
20일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미영(50)씨는 부추를 집었다 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평균 700원에서 1천 원 정도 하던 부추 한 단 가격이 3 천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는 "깻잎이 그나마 가격이 안 올랐으니 사가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다른 야채도 사정이 비슷하다. 배추 한포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배 이상 오른 3천원 선이고 대파나 버섯 가격도 20-30% 가량 가격이 오른 상태다.
주부 김고운(58)씨는 "봄을 맞아 햇김치를 사러 나왔는데 한 통에 3-4천원이나 한다"며 "들여온 지 좀 지난 배추를 2천 5백원에 팔길래 얼른 집어왔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가 한 둘이 아닌지, 길게 늘어선 진열대 가운데 붐비는 곳은 오직 할인코너 뿐이었다. 신선도가 떨어진 제품이라도 20-30% 정도 싸게 사려는 것이다.
마트 관계자는 "할인 코너가 아니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면서 "꼭 사야하는 경우는 소량씩 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래시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몇 백원이라도 아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비싼 식탁물가 때문에 장바구니는 텅텅 비워두고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매영(65)씨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고 생각했던 고등어마저 3,000원이 넘는다"며 "2,000원이면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시장 안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숙자(50)씨는 "갈치나 고등어 등 생선 류가 한 달 새 30% 정도 올랐다"면서 "왜 이렇게 비싸냐며 구입을 포기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상인들 대부분은 김씨처럼 고공행진하는 식탁물가에 소비자만큼이나 울상이다.
관악구 원당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최지희(47)씨는 "참외 한 박스가 10만원이 넘어가니 물건을 가져오면서도 부담스럽고 팔면서도 가격을 말하기가 어렵다"며 "과일 한 박스가 11만원이라고 하면 누가 사가겠냐"고 하소연했다.
원당시장의 경우 지난 해 이맘 때쯤 참외 1.5kg을 7만원에 팔았지만 지금은 11만원에 팔고 있다. 이선호(64)씨는 "내다 파는 입장인데도 가격 때문에 물건 구입을 포기한 적도 있다"면서 "채소장사를 몇 십년이나 했는데 고추 10kg에 15만원까지 가는 건 처음봤다"고 말했다.
상추 등 가격이 껑충 오른 야채를 손님상에 내야 하는 외식업계들은 출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 신림역 부근의 한 조개구이집은 "야채 가격이 올랐다고 서비스로 나가던 것에 값을 매길 수도 없고 최대한 아끼는 수밖에 없다"면서 "넉넉하게 내가던 것을 반으로 줄여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한 고깃집 역시 "당근이나 상추 가격이 너무 올랐다"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깻잎 등을 많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수산물 등 신선식품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 넘게 올랐다.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겨울 한파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안 좋았고 어획량도 줄었다"면서 "날씨가 풀리면서 4월 말쯤 가격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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