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위반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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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여, 생명의 존중 등 국민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구제역’ 전염으로 살처분 당하는 가축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떠올린 ‘동물보호법’ 제1조다. 제5조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한 경우에는 신속한 치료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초 8년 만에 포천과 연천 등 2개 시·군에서 발생했던 구제역(口蹄疫·Foot-and-Mouth Disease)이 힘겹게 종식 선언을 한 지 16일 만에 재발됐다. 지난 8일 인천 강화군에서 구제역이 재발생하면서 전국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18개 농가의 소, 돼지 등 2만8천750여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20일 김포 월곶면에 이어 충남 보령시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구제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분류한 ‘가장 위험한 가축전염병’이다. 구제역에 걸리면 열이 오르고 입술, 잇몸, 구강, 혀, 코, 유두 및 발굽 사이에 물집이 생겨 치료가 불가능하다. 다행인 것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가축을 먹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물보호법 제6조는 “누구든지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였고, 제8조도 “동물을 죽이지 아니하면 안 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고통을 주지 아니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동물 학대를 금지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은 생매장 된다. 숨 쉬는 동물을 흙속에 파묻는 것은 잔인한 방법이다. 사람들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는 데도 처벌하지도 처벌받지도 않는다. ‘자식 같은’ 가축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하는 축산 농민들의 아픔인들 오죽하랴.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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