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본격 은퇴…80% "자녀와 따로 살겠다"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지만 저희 부부는 자식들에게 얹혀 살고 싶지는 않아요."
서울시 공무원인 이명우(51)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뭐 뚜렷한 이유는 없습니다. 아이들 다 키워서 출가시키고 나면 좀 자유를 만끽하고 싶기도 하고, 또 요즘 사회 분위기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구요. 친구들을 만나봐도 다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이명우씨는 베이비붐 세대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우리 사회는 '베이비부머'라고 부른다.
베이비부머들은 지금의 한국경제를 일으킨 주역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경제를 이끈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후 받게 될 천문학적인 연금으로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면에 우리의 베이비부머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시기에 접어들었다.
서울시가 최근 베이비부머 8993명을 대상으로 노후 설계 등 향후 계획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10명중 8명(80.2%)은 이명우씨의 경우처럼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는 따로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녀와 가까운 독립된 공간에서 살고 싶다'가 47.2%, '노인전용공간에 살고싶다'가 33.0%였다.
반면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은 15.4%에 불과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22.1%가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조사 결과이다.
이같은 결과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자녀에게 쏟았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베이비부머들의 경제적 기반이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베이비부머의 78.3%가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준비 수단으로는 보험 72.1%, 저축 65.5%, 공적연금 57.2% 순으로 선호하고 있었다.
또한 베이비부머 가구주의 78.3%가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대 재테크 수단은 금융기관 예금(71.8%)이었고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21.1%), 부동산(16.0%), 주식투자(11.8%) 순이었다.
베이비부머의 76.8%는 고민이 있을 때 주로 배우자와 상담을 한다고 답했는데, 남편(83.4%)이 아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비율이 아내(70.3%)가 남편에게 고민거리를 얘기하는 비율보다 높다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베이비부머 역시 자녀 중심의 가족관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교육을 위해 부모가 희생하는 편이라는데 55.2%가 동의했고 물건을 사거나 여가를 즐길 때도 자녀 위주로 결정한다는 응답(44.2%)이 그렇지 않다(27.0%) 보다 많았다.
'수입을 위해 일을 더하기보다 여간시간을 갖고 싶냐'는 질문에는 베이비부머의 42.9%가 '그렇다'고 답했다.
베이비부머 3명중 2명(66.7%)은 컴퓨터 관련 교육(30.3%)과 여가선용 관련 교육(30.1%) 등 은퇴 이후 여가생활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0년 9.4%인 고령화 비율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인구에 편입되는 2020년에 14.9%로 크게 높아지고 생산가능인구비율도 76.2%에서 72.6%로 낮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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