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저희 회사 자금사정이 어려워 급히 대출을 받으려 하는데 은행창구에서는 회사의 신용상태는 안 보고 사장인 제 개인의 신용등급을 문제 삼아 대출해주는 것을 꺼리는데 어쩌면 좋을까요?”(중소기업 박 사장)
“그건 아마도 은행 측이 사장님 회사의 재무구조에 대한 신뢰도보다는 사장님 개인의 신용도에 더 비중을 두고 평가를 하고 있다는 말인데, 이런 경우엔 일단 은행 측에 질의서를 띄웁시다. 저도 그쪽의 아는 지인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찾아보겠습니다.”(유진그룹 남정욱 부사장)
은행대출에 곤란을 겪던 IT관련 회사를 경영하는 박 사장이 필자를 찾아왔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평생 잔뼈가 굵은 유진그룹의 남정욱 부사장을 만나도록 하여 자문을 청하도록 하였다. 윗글은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우리 민생경제연대는 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들이 모인 자활적인 공동체이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취약하고 그렇다고 딱히 어디에 기댈 곳도 마땅치 않은 사장들 입장에서는 누군가로부터 작은 조언이나 조력을 받는 일조차도 여간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소기업 사장들의 사정을 감안하여 얼마 전부터는 전·현직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간부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고충해결사 역할을 부탁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역할은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직면하는 자금 융통방법에서부터 거래처 연결해 주기, 직원관리 요령, 판로개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정 부분의 효과를 낳고 있다. 자문역할과 경영지도 그리고 인맥 연결 등의 도움은 작은 중소기업에게 있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유진그룹의 남 부사장의 활약상은 이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표본이요 모범사례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2천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한대 팔면 자기 수중에 고작 수십만원의 수입밖에 들어오지 않는 자동차 판매 대리점 영업사원 선영상씨의 애환을 듣는다거나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하청회사에게 원가부담의 상당 부분을 전가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지켜보면서 대자본 대기업의 독식구조 하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관계를 제 아무리 입으로만 외쳐보아야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체념하고 있었던 필자였다.
각종 언론 등 광고매체를 동원하여 자사의 광고·홍보를 위해서라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회사 이미지 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대기업, 우리 사회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온갖 로비를 통해 인맥구축에 혈안이 되어 있는 대기업, 우월적인 독점구조를 만들어 중소기업이 딛고설 자리마저 강탈하는 탐욕스러운 모습의 대기업으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 아닌지 회의가 들기도 하였고 심지어 이들로부터 우리 자본주의의 한계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에게 다가온 남 부사장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선하고 돋보이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나눔과 협력 그리고 공생의 원리가 작동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가 21세기형 우리 기업의 미래상이라고 믿는다. 특히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하에 있는 우리 경제시스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산업화 시대에서 ‘작은 것이 강한’ 정보화 시대로의 전환기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관계는 경영의 측면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유진그룹의 남정욱 부사장의 중소기업에 대한 한없는 ‘애정행위’는 입에서 입을 통해 전파되면서 자신이 속해 있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 면에서 그 어떤 광고 홍보 수단보다도 뛰어난 부수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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