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남경주&최정원의 올댓뮤지컬2’
완연한 여름날씨를 보인 지난 13일 수원의 밤은 뮤지컬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사랑해요!”를 연발하는 1만5천여 관객들의 환호에 주인공인 최정원과 남경주는 무려 20여곡의 뮤지컬 넘버를 들려주며 공연예술에 목말라하던 수원시민들의 갈증을 일시에 해갈했다.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남경주&최정원의 올댓뮤지컬2’는 지난해 DSD삼호아트센터가 지역의 민간 기획공연단체로선 최초로 무대에 올려 1만여 관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남경주의 올댓뮤지컬’의 뉴 버전. 무료 초대공연이기도 했지만 지난 해 공연을 관람했던 시민들의 기대감이 더해져 공연 1시간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관객들은 어느새 1만 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찬 관객 중엔 학생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사실 남경주나 최정원은 인기있는 신세대 가수도 아니고, 나이 지긋난 중견배우들이었지만 어른들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그들은 여전히 젊은 오빠, 언니였다.
12명 명배우들 열정적 댄스·노래에
1만5천여 관객들 “사랑해요” 환호
공연은 시민들의 바람을 100% 충족시켰다. 공연의 첫 무대는 최정원과 8명의 배우들이 출연한 ‘시카고’의 메인 넘버. 지난 1975년 초연이래 각종 뮤지컬의 상을 싹쓸이하며 대표적인 흥행아이템으로 급부상한 시카고의 재즈음악과 관능적인 춤이 관중들을 흥분시켰다. 이어 폭발 직전의 열기를 식혀주기라도 하듯 최정원과 남경주가 듀엣으로 들려준 팝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의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How Deep Is Your Love)는 타이트한 미니스커트 대신 우아한 롱 블랙드레스에 비즈장식이 화려하게 수놓인 최정원의 의상과 어우러져 감미로운 밤을 만들었다.
“최정원씨, 수원시민들의 이런 환호, 저는 이미 작년에 겪었습니다. 어떠세요? 정말 흥분되지 않습니까?” 남경주의 코멘트에 또다시 우뢰같은 함성이 쏟아지자 최정원은 연신 큰 웃음을 지으며 “저희가 실제로 부부는 아니지만, 뮤지컬계의 최불암·김혜자 커플입니다. 멋진 호흡으로 좋은 공연 보답할께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12명의 젊은 출연진들이 연달아 선보인 화려한 퍼포먼스와 춤, 노래 보다도 무대를 열광케 한 것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나 가거든’을 부른 최정원의 독무대였다. 스모그가 낮게 깔린 무대는 어느덧 조선조 격동의 시대로 관객들을 몰아갔다. 특히 노랫말 가사 중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이라는 대목에선 폭발적인 가창력과 굳은 의지를 대변하듯 주먹을 불끈 쥔 최정원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을 감동으로 적셨다.
무대의 마지막은 광란의 스탠딩 무대가 장식했다. “모두 일어나세요!”라는 남경주의 힘찬 구령에 따라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시민들은 손가락을 하늘로 찌르기도 하고, 무동을 태운 아이의 손을 잡고 뛰기도 했다. /권소영기자 ks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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