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마타하리(Matahari)는 여간첩 원조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스파이가 되어 연합국의 군사기밀을 빼내는 데 능수능란한 수완을 발휘했다. 이를 위해 연합국 정보통이면 상대가 아무리 젊은 연하일지라도 미인계를 가리지 않았다. 1917년 프랑스 관헌에게 적발돼 처형되었을 적 그녀의 나이가 41세였다.

 

국내 여간첩 1호는 김수임이다. 1911년 개성에서 태어나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당시로는 인텔리 여성이다. 광복 후 미군정시절에 남로당 당수 박헌영의 직계였던 이강국과 깊은 애정관계를 가졌다. 그러한 그녀가 미군 헌병사령관과 동거하면서 기밀을 빼내어 이강국에게 건네곤 한 미인계 스파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유창한 영어 실력 때문이었다.

 

김수임은 1947년 월북하는 이강국을 헌병사령관 지프차를 자신이 직접 운전하여 38선까지 태워주었다. 이강국은 평양에서 외무성 부상(차관)까지 지냈으나, 1955년 남로당 숙청 때 처형당했다. 김수임은 이강국의 월북 이후 체포돼 1950년 사형이 집행됐다. 그때 나이가 39세다.

 

근래의 여간첩은 2008년 7월15일 체포된 원정화다. 위장 탈북자로 남파돼 군사기밀을 탐지했다. 당시 36세의 그녀는 간첩 활동을 위해 연하의 황모 대위와 내연의 관계에 있었다. 역시 미인계다. 그녀는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여간첩에 으레 붙는 것이 여간첩의 국제 원조인 마타하리다. 김수임도 ‘한국판 마타하리’라고 했고, 원정화 역시 그 같은 소릴 들었다.

 

미인계 여간첩이 또 붙잡혔다. 국가정보원과 서울지검 공안부가 체포해 지난 23일 밝힌 여간첩 김모는 36세다. 남파된 위장 탈북자로 북측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이다. 서울메트로 간부직에 있던 52세의 오모씨를 인터넷 채팅으로 꾀어내 내연 관계를 맺으면서 유사시 대비용의 지하철 기밀 등을 빼냈다.

 

첩보영화 ‘007 시리즈’를 보아도 여간첩에 약한 것이 남성들이다. 심지어 정보요원의 주인공인 본드도 당할 때가 있다. 여간첩의 미인계에 약한 것은 영화만이 아니다. 실제로 허다하다. 이 순간에도 암약하고 있는 여간첩이 없다 할 수 없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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