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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사업은 국가가 경영한다. ‘등기취급’은 우편물의 취급과정을 기록에 의하여 명확히 하는 우편물의 특수취급제도이고, 내용증명은 이러한 등기취급을 전제로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하였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특수취급제도이다.
그런데 우편집배원이 내용증명우편을 배달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우편법 관계법령에 따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아니하여 그 우편물이 상대방에게 도달하였다는 증명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함으로써, 발송인 등이 손해를 입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발송인 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발송인 손해 입어도 우체국 책임 없어
정신적 고통 배상 위자료 청구는 가능
그러나 이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용증명우편물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그 내용에 특별한 제한은 없으므로 그 우편물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길 수 있으나, 우편법 관계법령 등에서는 그 내용의 중요도를 선별하여 그에 따라 우편요금 등에 차등을 두거나 제공하는 우편역무의 질에 차등을 두지 아니하고, 그 우편물을 보험에 가입시키는 보험취급도 하지 않고 있으며, 모두 동일한 요금과 수수료를 받고 그 우편물을 널리 공평하고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할 뿐이다.
접수우체국 담당공무원이 내용문서 원본과 등본을 대조하여 서로 부합함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대량의 내용증명우편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기계적·형식적인 업무처리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절차를 거친다고 하여 국가가 그 내용을 알거나 알 수 있다고 보거나, 우편집배원이 그 우편물의 내용을 반영하여 특별한 주의를 가지고 우편역무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발송인 등이 제3자와 개별적으로 맺은 각양각색의 거래관계와 관련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국가에 책임을 추궁하고, 사적 분쟁에 국가를 끌어들여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결과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임은 물론이고, 한정된 인원과 비용의 제약 아래 대량의 우편물에 관하여 신속·원활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널리 공평하게 우편역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의 복지증진에 기여하려는 우편법의 목적과 기능 및 그 보호법익의 보호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은, 우편집배원이 직무규정을 위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상 의무 위반과 내용증명우편물에 기재된 의사표시가 도달되지 않거나 그 도달에 대한 증명기능이 발휘되지 못함으로써 발송인 등이 제3자와 맺은 거래관계의 성립·이행·소멸 등과 관련하여 입게 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발송인 등이 그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통상손해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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