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지방정부의 ‘허구’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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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지방정부란 6·2 지방선거가 낳은 신조어다. 정치학에도 없는 말이다.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 등이 사표(死票)를 빙자한 야4당 단일화 등으로 이긴 당선자가 이들 4당과 공동으로 자치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인천(당선자 송영길) 강원(〃이광재) 충남(〃안희정) 경남(〃김두관) 등 광역자치단체 4곳과 기초자치단체로는 성남(당선자 이재명) 등 도내 10곳, 인천 8곳을 비롯해 전국에 28곳이다.

 

공동지방정부는 공동중앙정부와 대칭되는 용어다. 그러나 내용면엔 본질적 차이가 있다. 공동중앙정부 구성은 정치적이다.

 

반면에 공동지방정부 구성은 행정적이다. 전자에는 정당인 개입이 허용되는데 비해 후자엔 정당인 개입을 불허한다. 즉 공동정부의 특성인 권력공유가 중앙공동정부에선 가능한데 비해 지방공동정부에선 권력공유가 불가하다.

 

이런 가운데 공동지방정부의 참여 형태를 굳이 들자면 형식적 탈당에 의한 정무직 기용이 있을 수 있으나 자리가 제한돼 있다. 일반직의 계약직 임용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직업공무원사회를 크게 해친다.

 

성공할 수 없는 속성의 모델

결국 지방공동정부의 참여 형태는 집행기관이 아닌 자문기관으로 귀납된다. 예컨대 민주도정협의회·시정개혁위원회 등이다. 이외에 분야별 자문위원회를 둘 수도 있다. 지방공동정부의 이런 자문위가 이미 유명무실하여 식상할대로 식상한 기존의 자문위와는 다른 의욕으로 출발한다 하여도, 밝은 전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문제인 것이 자문위의 활동 한계다. 자문은 어디까지나 자문일 뿐이다. 자치단체장이 자문위의 로봇도 될수 없고, 자문위가 자치단체장의 어용화도 될 수 없는 것이 양자의 관계다. 물론 성공적인 양자 관계의 정립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단체장이나 자문위나 탈이념화가 필요하다. 어디까지나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한 실사구시만이 추구돼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행정이고 생활행정이다. 장례예식장이나 하수도처리시설, 전철 연장이나 육아시설 확충 등에 이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동지방정부의 각종 정책자문 성공은 자치행정의 효율화와 자문위의 활성화가 관건이다. 그리고 이는 정책참여자의 자세가 순수한 자원봉사 성격과 같아야 한다. 아울러 자문 분야에 탁월한 식견이 있어야 된다.

 

문제는 이처럼 지목되는 공동지방정부 참여 대상자들 가운데 그 같은 자원봉사형의 전문 식견을 지닌 사람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공동지방정부의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특정 이념꾼들에게 이념을 절제하고 권력욕에 불탄 선거꾼들에게 기껏 자문위원으로 만족하라는 것은, 참새더러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라는 주문과 진배 없을 것 같다.

 

각기 입장과 처지가 다른 야4당 사람들끼리 갖는 정책 조율에 불만을 갖는 이탈세력이 또한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뉘 덕에 당선됐는 데 이러기냐”는 공치사가 안 나올 수 없다. 지방자치행정에 오히려 난맥상이 우려되는 것이 공동지방정부다.

 

억지 구성은 재앙의 불씨

또 모르겠다. 단체장의 우호세력 동지로 포진하는 각급 정책자문위원의 수당을 상당한 급수의 일반직 공무원 월급에 준하는 조례를 만들어 돈을 퍼주면 겉모양새는 그런대로 돌아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공동지방정부가 아닌 혈세(血稅) 갈라먹기다. 지역주민에 대한 배임이다. 이러잖고 이권을 챙겨준다면 협잡배 양성소다.

 

단언하건데 공동지방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다. 말은 그럴듯해 출발은 화려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권력이 지닌 불가분의 속성과 불가피한 참여자 불만의 충돌은 결국 파열음을 일으키는 것이 지방공동정부의 태생적 숙명이다.

 

그보다는 당당해 보이는 것이 단체장의 신뢰를 더 한다. 문어발식 의견 수렴이 능사가 아니다. 소통은 찬반여하간에 들을 가치가 있는 의견에만 가능한 문제 해결의 통로다. 흔히 또 시민단체를 들지만 시민을 갖지 못한 시민단체가 수두룩하다.

 

야권 단일화나 이에 준해 당선됐으면 단체장 일을 잘해내는 것이 참된 보은의 길이다. 마음의 빚을 자리를 주어 갚겠단 생각은 개혁에도 합당치 않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공동지방정부는 쇼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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