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의왕시청소년수련관 2층에서는 김성제 의왕시장 당선자 측의 인수단과 시 공무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약사항을 위주로 한 업무보고가 있었다. 김 당선자는 지난 선거에서 의왕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1번국도 의왕구간 2km를 지하화해 단절된 도심을 통합하고 도시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며 도시계획과 개발을 주도할 공기업인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세웠다. 또 과학고 유치와 백운호수 및 왕송호수의 문화·관광·레저 공간 조성 등으로 ‘서민이 잘 사는 부자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왕 재창조 프로젝트라는 카드까지 내놓고 지지를 호소해 투표자의 50%에 가까운 표를 얻어 시장에 당선됐다.
이날 업무보고는 주로 공무원들이 당선자와 인수단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취임 전 거쳐야 하는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업무보고 자리였다. 이날 배포된 자료집에는 김 당선자가 선거 때 홍보물과 유인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발표됐던 공약사항들이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취임하기 전 첫 단계인 업무보고에서부터 기자의 취재와 자료집 유출을 막는 등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져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날 업무보고에 참석한 인수단과 공무원들 중 일부는 비공개로 해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시민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시켜 ‘좋은 아이디어는 없는지’, ‘공약사항 추진에 대한 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
최근 김 당선자의 측근들이 시청을 찾아 출신지와 출신 학교가 나와있는 인사 파일을 요구했다는 말도 들린다. 왜 그랬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이들의 억압적이고 강압적인 말투는 마치 점령군처럼 보였다는 공무원들의 반응은 시청 내 공무원을 넘어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우려의 목소리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또 벌써부터 “A과장과 B과장, C과장은 좌천될 것이다” “D과장은 국장 진급 1순위”라는 등 살생부까지 나돌고 있어 시청 공무원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토해양부 서기관을 지낸 지역 개발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명품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실력 있고 힘 있는 시장’이 되겠다던 김 당선자. 하지만 그의 첫 모습은 민감한 사안이라며 비공개 업무보고를 지시하고 업무보고를 취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앉아 있는 기자들까지 밖으로 내모는 ‘힘 있는(?) 시장’이었다. 김 당선자는 시민 한 사람이라도 더 시정에 참여시키고 그들을 ‘힘 있는 시민’으로 만들 때 비로소 시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힘 있는 시장’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임진흥 서부권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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