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소년기의 추억이 생생한 영산강을 찾은 것은 얼마 전이다. 그러나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본 영산강은 옛 영산강이 아니다. 중학교를 진학, 집을 이사할 때까지 초등학생 시절을 영산강에서 보냈다. 그리고는 다신 가보지 못했던 어릴 적 과수원집을 찾았으나 옛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영산강은 있었지만 강물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강물이라기보다는 실개천이다.

 

그 옛날 멱 감고 낚시했던 영산강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폐허화된 척박한 영산강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눈물이 솟구쳤다. 틈만 나면 살다시피했던 영산강이다. ‘영산강 오리’란 말을 들을 만큼 헤엄에 익숙해진 곳이 영산강이다. 헤엄은 지금도 자신한다. 한강을 건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 물위에 반듯이 누워 두 손을 가슴에 올려놓은 채 가만히 있어도, 가라앉지 않고 몸이 그대로 둥둥 떠 있곤 한다. 강물과 친숙해진 내공이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귀머거리가 됐다. 강물에서만 살다 보니 귀에 물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면 그냥 성냥개비에 솜을 말아 몰래 닦아내곤 했다. 어머니에게 들키면 아버지에게 말씀드려 물에 가지 못하도록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홀로 치료가 수없이 반복되고도 젊었을 땐 괜찮았는데, 늙다 보니 난청이 온 끝에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다.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 재선되고 나서 더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박준영, 그가 누군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냈고 민주당에서도 중진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이명박이 이뻐서 영산강 사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인 게 분명하다. 어디 영산강뿐인가, 청·장년기를 대구서 보내면서 낙동강도 신음하는 것을 목격했다. 한강, 금강도 온전하지 않은걸로 안다.

 

생명 존중을 위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며 삭발들을 한다. 도대체 그 생명 존중은 어떤 생명일까, 내가 본 영산강은 생명이 없는 죽음의 강이다. 망가져가는 강을 손보기보단, 놔둬야 산다는 반대 논리를 도시 이해할 수가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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