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폭발?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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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이 수년 내에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외 분석이 허언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최근 기상청이 주최한 세미나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에서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중국 학자들이 2014~2015년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지린성 지진국을 통해 대국민 행동지침까지 하달했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윤 교수가 지적한 백두산 화산 폭발의 근거는 백두산 인근의 화산활동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촬영 결과 백두산 천지의 지형이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고, 천지에서 화산가스가 방출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백두산은 고려시대인 946년과 947년 대규모 분화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부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당시 백두산의 화산폭발지수(VEI)는 7.4로 추정된다. 지질학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지난 수천년 간 있었던 화산 활동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지난 봄 유럽에 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의 경우 화산폭발지수는 4였다. 일본 학자들의 추정 자료에 따르면 당시 백두산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 양은 83~117㎦로 아이슬란드 화산재 분출량(0.11㎦)의 1천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화산 폭발 시 피해 규모다. 피해 규모는 바람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게 윤성효 교수의 분석이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 화산재는 성층권으로 올라간 뒤 동쪽으로 이동해 일본 혼슈 북부와 홋카이도 지역에 떨어지겠지만 대류권까지만 올라가는 화산재는 한국으로 온다고 한다. 북풍이 부는 겨울엔 한국으로, 서풍이 부는 봄, 가을엔 동해로, 북동풍이 많이 부는 여름엔 러시아로 이동이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천지의 20억 t 물이 화산재와 섞여서 홍수를 유발할 경우 북한의 피해는 더욱 치명적이다.

 

화산 폭발의 전조를 탐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북한의 화산학은 초보적 수준이라고 한다. 백두산 분화 대책은 남북공동과제지만 백두산이 우리 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아 걱정스럽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일 현실이 된다면 대재앙이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은 물론 유엔 차원의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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