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속 곳곳 ‘이상징후’

LH, 의정부 녹양 등 도내 공동택지 미분양 속출 기존 분양가 25% ‘파격할인’ 신규주택도 눈길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에 돌입하면서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동주택용지가 미분양되거나 집 한채 값의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한 고급주택이 나오는 등 과거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도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경색과 건설업체 구조조정 여파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LH가 경기지역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 공동주택용지는 도시계획 등이 잘 갖춰져 건설사들이 눈도장 찍기에 바빴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투자를 꺼리자 공동주택용지도 미분양이란 철퇴를 맞고 있다.

 

LH가 이달 중순 김포한강신도시에 분양한 공동주택용지 7필지의 경우 신청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LH가 올 들어 도내에 분양한 다른 공동주택용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H는 의정부 녹양, 고양 행신2지구 등 7개 택지지구에서 25개 공동주택용지를 분양했지만, 화성 동탄2신도시의 3필지 이외의 나머지 22필지는 모두 미분양으로 남은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의 이상징후는 민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의 웬만한 중형아파트 1채 값을 할인해 주는 신규분양 주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극동건설은 용인시 보정동에 공급한 최고급 타운하우스 ‘죽전 극동스타클래스’를 기존 분양가 대비 최대 25%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당초 14억8천만원대인 200.26㎡형을 25%할인하면 11억원대로, 최대 3억7천만원의 할인혜택이 주어진 셈이다.

 

이와 함께 아파트 선호 경향도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바뀌면서 소형 펜트하우스가 등장하거나 설계도면까지 바꿔 중소형으로 전환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SK건설은 이번 달 수원시 정자동에 84㎡형 펜트하우스를 선보였고, ㈜한양도 109㎡ 단일평형으로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하는 아파트에 소형인 85㎡형을 추가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불투명하고 건설사들이 갖고 있는 미분양 물건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권의 건설사 구조조정이 다가오면서 신규 투자는 엄두를 못내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언제 풀릴지 모르는 부동산 경기와 정부의 강경한 건설사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신규 투자는 꿈도 못 꾼다”며 “기존 분양물량이라도 소진하는데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복기자 bo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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